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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 강요하면서 비인간적 대우까지] 노동관계법 사각지대 '택배 상하차' 작업현장정의당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미만, 안전교육은 6%만 받아
   
▲ 김학태 기자
올해 8월 CJ대한통운 대전서부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청년이 감전사고를 당한 뒤 열흘 만에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택배 상하차 작업장 노동환경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택배 상하차 업무는 “극한알바 1위” 혹은 “헬알바”라고 불릴 만큼 악명 높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없었다.

정의당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노동자 8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정의당 청년본부와 노동본부는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 중 일부와 심층면접을 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위를 뛰어다니며 일해”

상하차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택배업체 본사에 직접 고용되기도 하지만 하청업체나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최저임금 준수 같은 기본적인 고용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설문조사 참가자 중 상하차 업무를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44.6%로 절반에 못 미쳤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들도 대부분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정의당 설명이다.

노동자들이 일한 연도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55.5%는 최저임금 미만을 받았다. 이마저도 주휴수당을 포함하지 않은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일해 주휴수당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 18명 중 11명이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동환경은 더했다. 일을 하기 전 안전교육을 받은 사례는 6%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레일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거나 물건을 높이 쌓으라는 위험한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택배 상하차 업무는 탑차에서 내린 물건을 컨베이어벨트에서 분류를 한 뒤 다시 탑차에 싣는 일이다. 컨베이어벨트 양쪽을 오가야 하는데 건널 다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를 뛰어다니는 경우가 많다. 한 노동자는 면접에서 “레일 위로 넘어 다니지 않으려면 반대편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때 주위가 어두워 전동차에 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작업장 냉난방 시설은 부족했다. 온도조절 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65%나 됐다.

8월에 감전사한 청년은 사고 당시 무더위에 웃옷을 벗고 일하다 감전됐다. 냉난방 시설이 미비하면 더위나 추위에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무거운 짐을 들었다가 놔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돼 있다. 하루에 10회 이상 25킬로그램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하루에 25회 이상 10킬로그램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드는 작업은 근골격계 부담작업 기준치를 넘어서는 일이다.

정의당 설문조사에서 83명 중 36명은 처리한 화물의 평균 무게가 10킬로그램 이상이었다. 노동자들은 “채용공고에는 ‘5킬로그램 미만’ 또는 ‘분류작업’이라고 적힌 있는 곳이 많은데, 직접 가 보면 대개 20킬로그램 이상을 다루거나 분류작업과 거리가 먼 상하차 업무에 동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힘들어 쉬면 욕설 쏟아져”

설문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이 바란 것은 "안전한 작업환경"과 "인간적인 대우"였다. 택배물량을 빨리 분류하는 과정에서 관리자들의 욕설은 일상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경기도 이천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2개월째 하고 있다는 송아무개(20)씨는 정의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금방 탈수증세에 헛구역질이 나온다”며 “힘들어 쉬려고 하면 욕지거리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영훈 노동본부장과 정혜연 청년본부장은 “정부는 모든 상하차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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