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신분인 택배노동자들이 노조활동 과정에서 회사와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노조 가입 홍보물 배포를 막는 관리자들과 마찰이 발생하거나 조합원이 많이 조직된 대리점이 갑자기 폐업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원청 택배회사와 하청 대리점이 노조 무력화를 공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원청 CJ대한통운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3일 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조합원 가입 확대 활동을 전국 택배 상하차 터미널과 대리점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 CJ대한통운 부산 금정터미널에서 원청 직원들이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는 노조간부들을 밀치며 욕설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한 대리점은 조합원들이 원청에 터미널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사건이 있은 뒤 별다른 이유 없이 폐업했다.

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사건도 발생했다. 경기도 한 대리점 사장은 '교섭요구 노조 확정 공고문'을 게재하자마자 인증사진만 촬영한 뒤 바로 떼어 냈다.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사실을 7일간 공고하고, 교섭요구 노조가 확정되면 관련 사실을 5일간 공고해야 한다.

노조는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사건이 원청 대기업과 하청 대리점주가 의도한 대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 사장들은 최근 노조 설립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조합원 존재 여부 확인을 요청하고, 근로자가 아닌 자가 조합원에 가입돼 있어 노조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라"는 내용이 교육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원청이 해당 교육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태완 위원장은 "대리점 연합회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해태할 것을 지휘하고 있고, 그 배후에 원청 CJ대한통운이 있음은 너무나 자명하다"며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노조활동 방해 행위를 파견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대리점 사장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 적이 없다"며 "대리점들이 노조 설립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 교육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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