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현장 배관 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30대 노동자가 용접 보조 작업 중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고인은 다단계 하청의 맨 바닥에 고용된 물량팀 노동자다. 이번 사고로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5명이 됐다.

“환기·산소농도 측정하고 작업해야 하는데”

21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께 울산조선소 14안벽에서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배관 용접 보조 작업을 하던 취부(조립) 노동자 김아무개(34)씨가 배관 안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57분께 사망했다.

김씨는 현대중공업에서 도급을 받은 1차 하청업체 ㄷ사가 재하도급을 준 ㅁ사 소속이다. 김씨는 배관 취부(조립) 보조 작업을 했다. 지부 관계자는 “취부 노동자는 바깥쪽에서 가용접을 한 뒤 배관 안쪽 용접 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배관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용접할 때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채워둔 아르곤가스를 충분히 환기하고 배관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산소 부족으로 질식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곤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밀폐공간에서는 휘발되지 않고 고이는 데다 색과 냄새가 없어 가스가 차는지 알아차리기 힘들다”며 “환기를 하거나 산소농도를 측정한 뒤 작업해야 하는데 하청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안전관리가 잘 안 돼 이런 사고를 당한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사고가 발생한 LNG운반선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를 요구했다. 2012년 5월30일에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용접부위를 점검하려 배관 안에 들어갔다가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노동부 근로감독 부실 논란

이번 사고로 올해 현대중공업 산재사망 노동자는 5명으로 늘었다. 숨진 노동자 중 원청노동자는 2명, 하청노동자는 3명이다. 지난 2월22일에는 LNG선 트러스(LNG선 탱크 내 작업용 발판 구조물) 작업장에서 일하던 60대 물량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달 16일에는 40대 노동자가 어뢰발사관 덮개와 선체 유압도어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노동자는 같은달 27일 숨졌다. 같은달 21일에도 50대 노동자가 도장공장 대형 출입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지난 3월에도 바지선에서 당직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익사한 채 발견됐다. 지부는 1974년 창사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최소 466명이라고 추산했다.

반복되는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부는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지부 관계자는 “특별근로감독 당시 관계자들에게 ‘감독관들이 가고 나면 원상태로 돌아갈 테니 감독 기간을 연장해 제대로 된 안전 작업이 정착될 때까지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우리 요구를 거부하더니 특별근로감독을 마친 바로 다음날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노동부 감독이 회사에 아무런 경각심을 주지 못하고 현장을 바꾸지도 못한 것”이라며 “노동부가 현장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로 노동자가 죽었으니 정부도 이번 죽음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특별근로감독 내용을 묻고자 당시 근로감독을 했던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연락했지만 노동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잇따른 중대재해에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강화에 힘쓰던 중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기관 조사에 협조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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