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금속노조가 10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하청노동자에게도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원청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달 5일 현대중공업 대조립1공장에서 발생한 끼임사고로 대조립1·2·3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이 지난 4일 해제되며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휴업 대신 안전·직무교육을 받은 정규직과 달리 하청노동자는 소속 업체나 고용형태별로 휴업수당 지급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을 때 원청이 의무적으로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지급 책임을 지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량팀 작업 거부한 까닭

1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지부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현대중공업 대조립 1·2공장 물량팀 노동자 500여명이 휴업수당 미지급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작업을 거부했다. 본공·물량팀 할 것없이 하청노동자들은 급여 지급일(10일) 당일까지도 휴업기간 장기화에 따라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는 게 지회 설명이다.

휴업수당 지급 여부와 기준은 업체마다 제각각이었다. 지회 관계자는 “대조립1공장 소속 물량팀의 경우 일당을 5만원으로 계산해 11일치만 지급했고, 대조립2공장 소속 물량팀은 휴업수당을 받지 못해 작업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조립공정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작업중지 여파로 순환 휴업을 했던 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49)씨는 “개인마다 3~6일 휴업한 기간이 다른데, 이 기간 임금은 8시간의 70%인 5.6시간 기준으로 지급됐다”며 “근로기준법에 부합하지 않는 금액인데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거냐”고 한숨 쉬었다.

근로기준법 46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하거나, 평균임금 70%가 통상임금을 초과할 때는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있는 ‘휴업’에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데도 의사에 반해 취업이 거부되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제도 미비로 곳곳 피해 속출

현대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선소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표면적인 도급계약으로는 원청에 생산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지급받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를 투입하고 노동시간에 따른 대급을 받는 인력파견 형태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같은달 2일부터 31일까지 휴업이 실시됐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이 하청업체 휴업수당 미지급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하청노동자 2만9천756명 중 1만4천853명만 조사했는데 이 중 1만420명(70.1%)이 휴업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휴업수당을 도급비에 포함해 지급하지 않으면 하청업체는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원청의 연대책임 지급의무를 명문화하는 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미 의원은 중대재해 발생 등 원청의 귀책사유로 하청업체가 휴업하는 경우 원청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46조의2(도급 사업에 대한 휴업수당 지급)를 신설해 “직상 수급인(사업주에게 도급을 준 바로 윗단계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해 하수급인이 사용한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