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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한 달에 한 명꼴로 일하다 숨졌다74년 이후 466명 목숨 잃어, 2000년대 이후 위험의 외주화 뚜렷 … 지부 “조선업,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으로 경쟁력 유지”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노조할 권리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두고 나팔을 불고 있다. 정기훈 기자

1974년 창사 이후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최소 466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6년간 매달 0.8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진 셈이다. 산재 사고는 반복됐지만 2004년 중대재해에 대해 회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구속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고와 관련해 법인과 대표이사는 무혐의 처분이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노조는 조선소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도별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자수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이 가동을 시작한 1974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550개월 동안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466명이었다. 창사 이후 91년까지는 회사 자료를, 92년부터 2013년까지는 회사 자료와 노조 자료를, 2014년 이후에는 노조 자료를 토대로 사망자를 집계했다. 노조 관계자는 “70·80년대 조사된 산재사망자의 경우 원청노동자인지 하청노동자인지가 불분명하고, 90년대부터는 원·하청 산재사망자를 별도로 집계했다”며 “파악된 수치만 이 정도고 실제 산재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0년대 137명, 80년대 113명, 90년대 87명
산재사망자 점차 줄어들지만 올해 산재사망자 벌써 4명


산재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70년대였다. 70년대는 창사 이후 5년6개월만 조사 대상이었는데도 137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2주마다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77년에는 32명, 78년에는 29명이 숨졌다. 지부는 “70년대 한국 조선산업이 낮은 기술력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만으로 극복하고 사람의 목숨으로 메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80년대에는 113명이 산재로 숨졌다. 84년에만 24명이 숨졌고, 81년부터 86년까지는 두 자릿수 사망자를 기록했다. 지부는 “다만 8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연도별 사망자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며 “87년 노조가 설립된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설립이 산재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90년대에는 87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부는 “노조의 정착으로 이전 시기보다 많이 줄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치”라며 “한국 조선업이 세계 시장에서 상위를 차지했음에도 안전 투자에는 인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는 90년대와 비슷하게 81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이 시기에는 원청노동자 산재사망이 줄어든 반면 하청노동자 사망이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노조는 “2000년대 한국 조선업 현장에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현상이 확산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2010년대 사망자 급감? “조선업 불황기여서”

2010년대 사망자는 44명으로 급감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지부는 “조선업 현장의 안전이 크게 개선돼서가 아니라 2010년대가 한국 조선업의 불황기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부에 따르면 2007년 정점을 찍은 한국 조선산업의 수주현황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급락해 10여년간 불황의 늪을 지나왔다. 수주량 하락으로 작업량은 줄고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조선산업에서 밀려났다.

일감이 줄어든 2010년대에도 산재사망자는 매년 발생했다. 위험의 외주화도 계속돼 2014년에는 하청노동자만 9명이 숨졌다. 다만 2017년부터 3년간은 산재사망자가 매년 1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4개월 동안 4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면서 ‘산재사망자 연 1명’ 기록은 중단됐다.

지부는 노조 소식지 등을 통해 확인한 88년 이후 산재 사망사고 200건을 대상으로 사고 유형을 분석했는데, 추락에 의한 사망이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압착과 협착 유형의 사고가 53건, 충돌이 16건, 폭발·화재로 인한 화상·질식이 12건, 감전사가 5건, 유해물질사고가 2건, 익사가 1건, 매몰이 1건이었다. 과로사로 사망한 노동자는 41명이었다. 지부는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사고가 발생한 공정·작업장에 대해 예방조치를 소홀히 하고, 안전 강화보다 납기를 맞추기 위한 작업 강행이 반복됐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중대한 산재사고 발생시 기업과 기업주, 관련 공무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소극적인 조사와 형식적인 작업중지, 검찰의 불기소 관행,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기업을 단죄하지 못한 것이 산재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경우 2004년 연이은 하청노동자 중대재해에 대해 현대중공업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구속된 적은 있지만, 그 외 산재 사망사고에서는 책임 있는 관계자는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받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지부는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가 중대재해 사각지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조선업종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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