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항공·공항 하청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한시적 해고제한 조치 시행을 촉구하고 현장실천단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결국 무급휴직이 목적이었다. 지난달 10일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살려 달라’고 했더니 무급휴직에 서명하라더라. 일주일 뒤인 17일, 그리고 31일 사측은 무급휴직에 서명하면 정리해고를 않겠다는 이야기를 또 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항공·공항 한시적 해고금지 촉구 현장실천단 발족 기자회견장에서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부장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하청업체 EK맨파워㈜ 소속 노동자다.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측이 무급휴직을 실시하기 위해 정리해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기 직전에도 사측은 “자정까지 무급휴직에 서명하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항 지상조업 업체에서 무급휴직을 위해 정리해고를 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 비행기의 기내청소와 수하물 분류작업을 하는 아시아나 케이오(KO)도 노동자들이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아시아나 케이오 인천캐빈지원팀에서 일하는 김계월씨는 지난 10일 “근로기준법 24조에 의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5월11일 해고(정리해고) 대상자”라는 통지문을 회사에서 받았다. 아시아나 케이오 1노조와 사측은 최근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노동자는 정리해고하기로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무기한 무급휴직은 복직을 기약할 수 없어 정리해고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노동자들은 고용관계가 유지되는 무급휴직을 억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정리해고뿐 아니라 하청사업권 반납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사업권 반납은 정리해고나 다름없다.

김태일 지부장이 이날 EK맨파워에서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무급휴직하지 않으면) 하청사업을 반납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업을 반납하는 업체들은 실재한다. 대한항공 비행기 A380 기내청소를 전담했던 한성MS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하물 업체인 에스코리아도 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시적 해고·계약해지 금지조치, 노동관계법 위반 사업장 근로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