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인천공항 카트노동자 176명이 용역업체 ㈜ACS에서 지난달 30일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 카트운영사업이 12월 말로 종료된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길게는 10년 넘게 카트 운영·관리·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한 카트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청사를 지키는 특수경비대원 86명도 도급계약 종료를 이유로 최근 해고를 통보받았다. 6년 넘게 근무한 특수경비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 속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도급·용역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는 상황이 잇따르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차 하청업체, 코로나19로 수익 악화하자
도급계약 갱신 거부”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 용역·도급 업체 변경이 간접고용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떠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태근 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카트분회장은 “카트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급감하는 공항 이용객과 공항을 떠나는 많은 항공사 직원들을 보며 고용불안에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며 “그런데 결국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하청업체의 계약이 만료되는 12월31일 대규모 해고를 당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ACS측은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줄자 일부 직원들에 한해 지난 4월부터 11월 말까지 유급휴직을 실시해 왔다.

카트노동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전홍-㈜ACS’ 구조로 돼 있는 다단계 하청구조 최말단에 위치해 있다. 이번 도급계약 만료는 1차 하청업체인 전홍이 코로나19로 카트 광고수익이 감소하자 인천국제공항공사과 맺은 용역계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홍은 공사와 17년째 계약을 이어 왔다. 전홍은 광고입찰업체로 카트운영업무는 또 다른 하청업체 ACS에 맡겼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새 업체를 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카트노동자가 실업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화물청사 특수경비대원 86명은 지난달 30일 도급업체 ㈜장풍HR에서 해고를 통보받았다. 그런데 회사는 돌연 지난 11일 해고통보를 철회했다. 대한항공의 항공보안도급업무 입찰결과 발표 지연으로 계약기간이 약 1개월 연장됐다는 이유다. 통보는 철회했지만 한 달 뒤 특수경비대원 고용보장 문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안연희 노조 영종특별지부 특수경비대지회 사무국장은 “업체 변경에 따라 아무렇게나 갈아 치울 수 있는 게 하청노동자의 삶”이라며 “인천공항 다단계 하청구조로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상실하기도 하지만 물량이 폭증할 때면 최저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안 사무국장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그 말이 진심이라면 먼저 장풍HR에 소속돼 일하는 특수경비 노동자부터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
10명 중 2명은 고용위기 상태” 추정

도급·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불안이 두 업체 노동자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현재 근무하는 현장에서 고용위기 상황이 어떻냐”고 물었더니 10명 중 2명(18.5%)은 고용위기가 눈앞에 닥쳤다고 답했다. “해고예고통보(서)를 받은 상황(10.3%)” 혹은 “(회사가) 희망퇴직·권고사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8.2%)”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5일 동안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 96명을 대상으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고용불안을 겪는 노동자 약 17명(18.5%)은 인천공항공사 하청·파견업체 3곳,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하청·파견업체 3곳, 신라·롯데면세점 하청·파견업체 4곳에 소속돼 있었다.

노조는 “연말 도급계약 종료와 인원감축이 인천공항 안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라며 “원청을 감시·감독하는 등 노동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입찰 결정권자인 원청이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현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공항노동법률상담소)는 “12월부터 코로나19 관련 상담은 주로 간접고용·하청노동자들이 의뢰한다”며 “상담 내용은 ‘근로계약기간이 12월 말까지로 돼 있다’거나 ‘원청이 업체변경을 요구한다’ 혹은 ‘회사가 인력감축을 이야기한다’처럼 다양하다”고 말했다. 민현기 노무사는 “고용승계가 100% 되지 않아 누군가는 해고되는 상황으로 인천공항 전반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카트노동자와 특수경비대원의 원청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항공에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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