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에 돌입한 지 136일째였던 지난달 30일 노사합의로 집단해고 사태가 일단락됐다. 회사는 정년연장과 해고 기간 임금보전을 약속했다. 다만 원래 일하던 곳이 아닌 LG마포빌딩에서 근무하기로 정리하며 ‘미완의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이들처럼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사실상 해고된 오비맥주 경인직매장 물류노동자들도 278일 투쟁 끝에 지난 3월 사측과 합의를 이뤘지만 ‘결원 발생시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에 그쳤다.

노조활동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며 ‘거리의 투사’가 되기도 하고, 정치권 개입이나 정부 중재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그런데 투쟁과 중재로 기업을 교섭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원직복직이나 고용승계와 관련해선 어디까지나 기업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새로 도급계약을 맺는 업체가 이전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할 의무가 없어서다. 용역업체 변경이 곧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할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고용승계·단체협약 승계 의무화
사업이전시 노동자 선택권 부여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17일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다. 법안을 입수해 살펴보니 용역업체 변경뿐만 아니라 영업양도·회사분할을 포함한 기업변동 과정에서 고용승계·단체협약 승계 의무를 담았다. 사업이전시 근로관계 승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은 ‘사업이전’이 발생했을 때 사업을 이전받는 “승계사업주는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이전이란 합병·회사분할·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전을 비롯해 용역업체 변경까지 포괄한다. 이 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 고용뿐만 아니라 단협에 따른 권리와 의무도 승계된다.

법안에는 기업변동시 노동자와 노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사전적으로 기업변동 절차에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사후적으로 근로관계 승계를 원치 않는 노동자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법안은 “이전 사업주는 사업이전을 하는 경우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승계 대상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승계거부권과 이의신청권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사업이전’을 이유로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게 된다.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교체하는 것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특히 하청 사업장에 노조가 생겼을 때 계약해지를 일종의 노조와해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한 업체에 위탁하던 업무를 여러 회사에 분할해 주는 방식으로 ‘노조 쪼개기’를 하는 것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조합원 자격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비롯해 단협이 승계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포스코 구내운송 사내하청업체 성암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 145명이 ‘집단해고’된 사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성암산업이 운송작업권을 원청사인 포스코에 반납한 뒤 이 작업권이 5개 협력사에 분할되면서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은 물론 ‘노조 쪼개기’ 위기에 처했다.

20대 국회 도전 실패, 21대 국회는 다를까

현행 노동관계법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정부가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과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두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상법상 영업양도 개념을 적용해 근로관계가 원칙적으로 승계된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지만 영업을 양도하는 업체와 양수하는 업체 간 ‘계약이 존재해야’ 이 판례 법리가 적용된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양도인과 양수인의 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이전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관계 승계의 법률효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1977년 제정한 ‘사업이전지침’을 통해 사업이전시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 사업이전지침은 유럽연합 개별 국가에 구속력을 갖는 입법지침이다. 사업주가 바뀌더라도 사업체가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고용과 단협을 비롯한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입법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제도화한 법안이 제출됐는데 당시 국회 검토보고서에 명기된 내용을 통해 이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민중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환노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입법 취지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수급인에게 근로자에 대한 고용 및 근로조건을 유지하도록 강제할 경우 계약의 자유 또는 영업의 자유 원칙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법안들은 당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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