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가 지난 6일부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이제 그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닙니다. 외부 불순세력에게 현혹돼 민형사상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고자들과는 어떠한 타협도 없음을 밝힙니다.”

지난 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휴대전화 화면에 있는 사측 공문을 보여주며 한숨을 쉬었다. 김 지부장은 정리해고 대상자다. 정리해고를 앞둔 동료들과 함께 지난 6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케이오(KO)는 아시아나항공 하청의 하청업체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의 기내청소와 수하물 분류작업을 맡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애초 노동자 488명이 일했는데 1일부터 160명만 근무하고 있다. 2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유급휴직 상태였던 8명은 11일 정리해고된다.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박한 경영상 이유라 설명한다. 노조는 “코로나19는 핑계고 실상은 지부 소속 노동자를 내보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부가 각종 권리보장을 요구했기 때문에 회사에 밉보였다는 주장이다.

정리해고 대상자 중 6명은 모두 지부 소속이다. 나머지 2명은 현재 지부를 탈퇴한 상태다. 김계월 지부 부지부장은 “지부가 명절에 쉬면 결근으로 처리해 임금을 삭감했던 회사 문화, 기내 조명과 에어컨을 끄고 근무했던 환경을 바꿨고 2016년부터는 체불임금을 받아내려고 소송을 거는 등 불합리한 일들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며 “사측이 이 때문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을 내보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정원섭 노조 조직국장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는 인천과 김포 두 곳에서 근무하는데 인천 출근자였던 조합원을 김포로, 김포로 출근하던 조합원을 인천으로 발령 내는 등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60명이던 지부 조합원은 현재 20여명으로 줄었다. 노조는 사측의 노조탄압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지난 3월16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4월부터 9월까지 전 직원 유급휴직에 합의했다. 그런데 나흘 뒤 희망퇴직 시행 공고를 냈다. 사측은 공고문에서“일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소송으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민주노총 때문에 정부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현영 공인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는 “고용유지지원금 담당 고용노동부 사무관과 통화해 ‘임금체불 소송 중이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아니다’고 확인해 준 내용이 휴대전화기에 녹음돼 있다”며 “사측 주장은 정부에서도 확인한 대로 법적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항공여객운송업만 포함했던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케이오같은 기타 항공 운송지원 서비스업을 추가했다.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도 신설했다. 1인당 월 50만원을 최장 3개월간 지급한다. 기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무급휴직 지원사업은 1개월 이상 유급휴직을 한 기업을 대상으로 해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의 경우 유급휴직을 하지 않고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케이오는 지난달 27일 노동부에 무급휴직 지원금을 신청했다. 15일부터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속지원프로그램 무급휴직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노동자 정리해고 예정일 나흘 뒤다. 노조가 정리해고를 노조탄압 일환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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