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포스코의 공식적 이야기는 조업에 차질을 빚지 않는, 소위 파업 같은 단체행동을 일체 안 한다는 확약서를 달라는 거예요. (광양제철소에) 들어오면 보안규정에 의거해 투쟁조끼를 입으면 안 된다는 거고. 세 번째는 감독자의 지휘를 받으세요. 이 세 가지를 확실하게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포스코에서 일관되게 이 조건을 요구하니 나는 여러분들에게 (광양제철소에) 들어가지 말라고 한 것이고요.”

29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인 성암산업 노사 단체교섭 녹취록이다. 이아무개 성암산업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성암산업 별관에서 열린 교섭석상에서 “포스코가 단체행동을 일체 하지 않고 투쟁조끼를 입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옥경 성암산업노조 위원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표이사 말대로라면 포스코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새벽 4시간 시한부파업 이유로 운행 중단된 통근버스
하청노동자 광양제철소 출근길 막아


성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원료부터 생산 제품까지 구내운송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19일 임금·단체교섭을 시작했는데 넉 달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포스코 100여개 사내협력사 노사상생협의회가 합의한 임금인상안(총액 대비 7% 인상)을 제시하고 올해 1분기 내 근무형태를 변경하기로 한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근무형태 변경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면 시행 전에 시범실시해 보자는 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사측은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노조는 해가 지나도록 사측이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자 광양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천막농성이 60여일을 넘기며 장기화하자 노조는 사측에 이달 5~6일 집중교섭을 열고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사측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8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사측은 ‘노조 파업에 대한 비상대응계획이 준비돼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8일 새벽 3시부터 4시간 시한부파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 근무조가 출근시간(오전 6시40분)에 맞춰 통근버스를 타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성암산업이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한 것이다. 시한부파업으로 포스코의 정상조업을 방해해 광양제철소에 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포스코가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하자 조합원들은 걸어서 광양제철소로 출근했다. 정문 앞에서 이들을 막아 세운 이들은 포스코 제철소 경호업무를 맡고 있는 자회사 포스원 직원들이었다. 이어 10여분쯤 지나니 성암산업 간부들이 쫓아와서 노동자들의 출근길을 막았다.

그 이후 매일 아침 광양제철소 정문 앞에서는 출근하려는 성암산업노조 조합원들과 스크럼을 짜고 막는 성암산업 관리자들의 갈등이 20여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새 188명이던 조합원은 172명으로 줄었다. 노조를 탈퇴한 한 조합원은 “회사가 노조비 납입 거부 각서를 쓰지 않으면 광양제철소를 출입할 수 없다고 해서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공격적 직장폐쇄와 다름없는 조치다. 직장폐쇄를 위협수단으로 노조탈퇴를 압박하고 노동자들이 업무복귀 의사를 밝혀도 직장폐쇄를 지속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격적 직장폐쇄’ 방식이다.

성암산업 ‘작업권 반납’ 예고, 노동자에 전직동의서 요구
노조 “법 무시하는 포스코와 성암산업 특별근로감독해야”


성암산업은 노조가 시한부파업을 하자 ‘작업권 반납’ 카드를 꺼냈다. 포스코에서 도급을 받아 시행하는 광양제철소 구내운송업무를 포스코에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회사 문을 닫겠다는 통보다. 그러면서 성암산업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회사로 전직동의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박옥경 위원장은 “노조는 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을 준수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는데 사측과 포스코는 법 위에서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법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의 초법적인 갑질에 언제까지 뒷짐만 쥐고 용인할 것인지 답답하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