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유압실린더 제조·유통회사인 ㈜에스에이치팩(SH PAC) 노사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SH지회(지회장 주해호)가 회사에 2022년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회사는 지난 4일 부분 직장폐쇄를 하며 맞불을 놓았다. 지난달 31일 시작한 주해호 지회장의 단식농성은 9일째에 접어들었다. 8일 <매일노동뉴스>가 투쟁 중인 에스에이치팩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조 가입한 이유 물으니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

“2015년 10월 회사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일하다 손가락이 찢어져 여덟 바늘을 꿰매고 회사에 복귀했는데, 집에도 안 보내고 가만히 세워 놓더라고요. 일하라고요.”

전화기 너머 주해호 지회장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 번은 업무 중 쏟아진 물품을 맞고 잠시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자 관리자에게 돌아온 말은 “회삿돈으로 (병원비를) 처리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였다. 그는 점심시간에 자비로 병원을 들러야 했다. 이런 불합리함은 그가 노조에 적극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관리자를 향한 불만도 컸다. 주 지회장은 “관리자에 잘 보이거나, 같은 동호회 활동을 하면 고과평가를 높게 주고 임금을 더 많이 줬다”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업무를 시키지 않고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회 조합원 ㄱ씨는 “급여보다도 직장갑질, 폭언 등 때문에 노조에 가입했다”며 “일할 때 화장실 가면 ‘왜 자꾸 화장실 가냐’, 여름에 물 많이 마시면 ‘빨리 (물) 뜨고 가라’ ‘아까 뜨지 않았냐’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노조 두고, 노사협의회와 성과금 지급 합의”

갑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동자들이 모여 지난해 11월 지회를 출범했다. 지회에는 에스에이치팩과 신흥유압 직원 150여명이 가입해 있다. 두 회사 대표가 같은 데다 공장도 이어져 있어 소속에 관계없이 자리를 옮겨가며 일한다.

지회는 설립 후 회사와 단체교섭을 10여차례 진행했지만, 올해 4월 사내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한 지회는 교섭을 재개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사측은 교섭 중인 노조를 두고 노사협의회와 특별성과금 지급, 안전화·마스크 지급, 휴게공간 증설 등에 전격 합의했다.

지회가 지난달 17일 파업에 돌입한 배경이다. 지회의 요구는 고용안정, 인사상 배치전환시 노조와 합의, 기본급 350%의 상여금 지급, 기본급 정액 7만원 인상 등이다. 2018년 기본급의 500%였던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으로 200% 줄었던 탓에 사실상 ‘일부 회복’ 요구지만 회사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교섭은 지난달 28일부로 멈춘 상태다.

“지입차주가 출하 업무 수행해”
불법 대체근무 의혹도

지회의 파업 중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생산·사무직원들에게만 돼지고기, 생산장려금 100만원을 이달 1일 지급했다.

불법 대체근무 의혹도 있다. 지부 관계자는 “납품차량 기사(지입차주)분한테 제품을 가져가라고 했다”며 “출하반 직원이 하는 상차 업무를 지입차주가 지게차를 이용해 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지난 4일 오후 2시부터는 직장폐쇄 조치를 한 상태다. 회사 정문에는 “회사의 승인 없이 출입하는 자는 무단침입, 업무방해, 퇴거불응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고지했다. 노조는 직장폐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보고 있다. 직장폐쇄 하루 전 파업 중인 지회 조합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던 현장을 찾아 산업안전보건 점검을 하며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생산시설을 점거하거나, 생산에 차질을 주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현재 불법 대체근무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며 “파업 대오를 흔들기 위해 돼지 목살과 생산장려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스에이치팩쪽은 <매일노동뉴스>에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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