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의 한 관리자가 ‘화랑대 교육’ 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체벌하고 있다. 기업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체벌 대상이 됐다. <금속노조>
창조컨설팅 자문에 따라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를 와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대표이사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됐던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이어 노조파괴를 이유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두 번째 사업주로 기록됐다.

2016년 경찰·특전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금속노조 파괴를 시도한 혐의로 2심에서 유죄가 확정(징역 10월)된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이사까지 포함하면 노조파괴를 이유로 감옥에 가는 세 번째 사업주가 됐다.

강기봉 대표 노조파괴 행위 9년 만에 '감옥행'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5일 오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기봉 대표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인인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에 선고된 벌금 500만원 판결도 유지했다.

2012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이 폭로된 뒤 같은해 10월 발레오전장·유성기업·상신브레이크 등 금속노조 6개 지회가 각 사업장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미온적이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이듬해 12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구고검은 2014년 발레오만도지회의 항고를 기각했다. 2014년 6월 대구고법이 지회가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016년 4월에야 첫 공판이 열렸다.

법원은 2017년 6월 1심과 올해 2월 2심에서 강 대표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했지만 법정구속을 하진 않았다. 대법원에서 강 대표 상고를 기각하면서 꼼짝없이 실형을 살게 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강 대표는 1주일 안에 대구지검에 출두해 수감절차를 밟아야 한다.

발레오전장은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일련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노조가 무력화된 첫 사업장이다. 발레오전장은 2010년 2월 경비업무 외주화에 반대해 쟁의행위를 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를 상대로 직장을 폐쇄했다. 사측은 같은해 3월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기업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당시 회사 지원을 받아 발레오만도지회 일부 조합원들이 만든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조조모)'은 2010년 두 차례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를 만들었다.

'쟁의행위→공격적 직장폐쇄→기업노조 설립·지원→금속노조 약화'로 이어지는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유성기업에도 적용됐다. 노조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회장 재판에서 재판부는 직장폐쇄를 동원한 노조탄압, 기업노조 설립 지원, 금속노조와의 교섭 거부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확인했다. 유성기업 사건 재판부는 "헌법에서 보장한 근로자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회사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고 그 기간 또한 장기간으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노조파괴 검토하는 악덕 사용자에게 엄한 교훈"

이장주 금속노조 경주지부 대외협력부장은 "강기봉 대표 실형 확정 판결을 환영한다"며 "노조파괴의 실질적 지휘자인 회사 대표가 구속된 만큼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검토하거나 실행에 옮기려는 악덕 사용자들에게 엄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회를 대리한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강 대표측이 없던 사실까지 지어내는 등 적극적인 위증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위증 혐의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추가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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