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대구지부
“본인 ○○○은 민주노총 가입을 ○○에게 전달하였으나 본인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판단합니다. 민주노총 가입을 폐기 또는 반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본 내용을 의거하여 가입을 취소합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회사 경비실로 40여통의 노조탈퇴 내용증명서가 연달아 도착했다. 수신인은 윤빈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일알미늄분회장. 조합원 50여명 중 40여명이 보낸 탈퇴서 내용과 형식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 양식을 정해 준 것처럼.

대구 경산진량공단에 위치한 국내 알미늄 2위 생산업체인 조일알미늄이 직원들에게 민주노총(금속노조) 탈퇴서 작성을 강요하고, 노조 핵심간부들에 대한 근무형태 변경·배치전환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13일 “조일알미늄이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했다”며 이영호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원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대구지검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존 기업노조의 운영방식을 비판하며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복수노조(조일알미늄분회)가 설립되자, 회사는 분회 조합원이 속한 생산부서장이나 생산관리 책임자들을 통해 노조탈퇴를 강요했다. 실제 일부 조합원은 회사가 마련한 탈퇴서(내용증명)의 빈칸에 이름과 서명을 기재했고, 일부는 이미 작성된 탈퇴서를 보고 자필로 따라 썼다.

냉간압연 부서의 한 관리자가 탈퇴서를 쓴 조합원에게 내용증명 우편 등기비용까지 주면서 근무시간 중 또 다른 관리자와 함께 차를 타고 인근 우체국에 갔다오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부는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모든 생산 부서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노조탈퇴 공작이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여 동안 탈퇴한 조합원이 40여명이다.

윤빈 분회장과 핵심 임원, 조합원 등 5명은 지난달 1일자로 근무형태가 변경되거나 전환배치됐다. 윤 분회장은 “회사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침통해했다.

지부는 회사가 지난해 기업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만 각각 1천800만원·2천300만원을 추가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14일 대구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한 바 있다. 지부는 이날 오후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일알미늄의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는 몇몇 관리자의 일탈이 아닌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지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관계기관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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