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동 3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용자가 노조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변질·악용되고 있다고 비판받는 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가 8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 구축”을 이유로 창구단일화 제도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창구단일화, 노조파괴 악용사례 차고 넘쳐”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침해하고 있는 현행 노조법상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해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기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공인노무사)은 “복수노조 시행 이전에는 보장됐던 초기업단위 노조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가 사업장 단위 교섭 강제로 인해 금지됐고, 수많은 노조들이 복수노조를 악용하는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로 노조파괴를 당하고 노동 3권을 침해당했다”며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창구단일화 제도의 위헌 여부를 한 차례 심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4월 한국노총이 “교섭에서 배제되는 소수노조의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조와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자율교섭이 가능하고, 소수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법률 조항이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민주노총은 8년 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기본권 박탈이 발생하는 구체적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졌다는 입장이다. 합헌 결정 이후에도 창구단일화를 악용해 사용자가 입맛에 맞는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만들려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 유성기업·갑을오토텍·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보쉬전장·상신브레이크 등은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았다. 이들 회사는 기업노조를 만들어 창구단일화 제도로 산별노조 활동을 제한했다. 최근에는 레모나를 생산·판매하는 경남제약이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 가입을 강요했다가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박주영 부원장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10년의 침해사례를 근거로 위헌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별노조 권리 침해 심각”

민주노총은 창구단일화 대상에 초기업노조까지 포함하는 바람에 산별교섭을 축소·차단하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법 29조의2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노총은 “해당 조항은 초기업단위 노조의 자주적인 설립·운영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시작으로 10여년간 기업별 교섭 강제로 인한 노조할 권리 침해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법원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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