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대 건설사 및 건설협회 건설재해예방 간담회에서 여는말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16일 시행된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산업안전보건 책임과 위반시 처벌이 강화된다. 원청 사업주가 책임져야 할 장소도 확대된다. 유해·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은 도급이 금지되거나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사망사고가 잦은 ‘위험업무 외주화 금지’가 명시되지 않으면서 전부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 감소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외주화 금지업무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법 우선 정착, 인권위 권고는 나중에 논의”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대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와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재해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가 116명 감소하긴 했지만 건설현장에서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에서 솔선수범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 잘 정착된다면 사망사고 감축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 정부가 주목하는 대목은 ‘원청 안전보건조치 의무’다. 기존에는 도급인 사업장 내 22개 위험장소에만 한정했던 원청의 산재예방 책임 범위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사업장 밖이라 해도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면서 화재·폭발·추락 같은 위험이 있는 21개 장소에서도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

종전에 인가대상이었던 도금작업이나 수은·납·카드뮴을 다루는 작업 같은 유해·위험 작업은 도급이 금지된다. 급성독성물질 취급을 포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은 도급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조선소·발전소나 철도·컨베이어벨트 작업장 등에 대한 규제가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변화된 산업구조와 작업공정 등을 고려해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이달 20일까지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노동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화진 노동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간담회에서 “직업병을 일으키는 심각한 물질 취급을 도급금지하고 원청 책임을 확대한 개정법을 먼저 정착한 뒤 효과가 없을 경우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시행을 먼저하고 (국가인권위 권고는) 나중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작업중지명령 무용지물 논란, 정부 “기준 명확히 한 것”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 작업중지명령 제도가 크게 약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법은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노동부 장관의 안전·보건조치 명령을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았을 때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개정된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부 작업중지명령을, 중대재해 확산이 우려될 때 전부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위험한 기계·기구에 대한 노동부 장관 시정명령을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아 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으면 전부 또는 일부 작업중지명령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기존 법 조항보다 작업중지명령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고 비판한다.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작업중지명령 대상을 좁힌 게 아니라 기준이 모호했던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정된 법에 의하면 일부 작업중지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전부 작업중지명령 불이행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제처 문의 결과 일부 작업중지명령 불이행에 대한 처벌을 전부 작업중지명령 불이행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받았다”며 “(법 개정을) 검토는 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