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내년 1월16일 유해작업 도급금지 규정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현대제철이 당진·순천공장 아연도금 작업에 투입할 촉탁계약직을 모집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이 유해작업 도급을 금지해 노동자들을 보호하라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취지를 촉탁계약직 채용으로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 노조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고온 중금속 용해로에서 아연을 녹여 철강제품에 도금하는 일명 '포트' 작업을 당진 1·2 냉연공장과 순천공장 등 세 곳에서 하청업체에 도급을 주고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 1월16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으로 해당 작업 도급이 금지되자, 이달 12일 전체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도금 작업자 모집공고를 냈다. 직영 관할 계약직으로, 55세 이상 고령자 우대, 결격사항이 없을 시 만 60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이었다.

당진공장에서 아연도금 일을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조정환씨는 “김용균법이 통과된 후 정규직이 돼 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현대제철이 갑자기 우리를 내쫓고 55세 이상 고령자를 채용한다고 해서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현대제철은 기존 2인1조로 하던 아연도금 업무를 쪼개 드로스(아연도금부산물) 제거는 촉탁계약직에게, 포트에 아연을 투입하는 작업은 하청노동자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두 사람이 함께 불순물 제거를 하다가 아연이 부족할 경우 한 사람이 지게차를 이용해 아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제철은 불순물 제거는 도급금지 대상이고, 포트에 아연을 투입하는 작업은 도급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자체 해석한 셈이다.

홍승완 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대단히 위험한 작업이라서 두 사람이 함께 유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작업임에도 현대제철이 임의로 업무를 쪼갰다”며 “서로 다른 신분의 비정규직 2명이 한 조가 돼 위험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은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취지에 맞게 해당 종사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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