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처음으로 800명대로 떨어졌다. 사고사망만인율도 0.4명대로 하락했다.

정부의 건설현장 근로감독 확대와 집중점검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떨어짐·끼임 같은 후진국형 사고와 영세 사업장 사망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사고사망만인율 0.45~0.46명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855명으로 전년보다 116명(-11.9%) 줄었다. 사망사고 감소율과 감소인원 모두 1999년 통계를 작성한 뒤 최대 폭이다. 사고사망자가 800명대로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전년 0.51명에서 0.45~0.46명으로 하락했다. 1만명당 사고사망자를 보여 주는 만인율은 분모인 상시근로자수 산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종 수치는 1개월 뒤에 나온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난해 사고사망자가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한 해에 800명이 넘는 분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며 “핵심 국정과제인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2018년 5천500곳에서 지난해 8천곳으로 확대하고,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에 100일간 건설현장을 순찰점검한 효과로 보고 있다. 노동부와 공단은 중소규모 건설현장 3만곳과 제조업 현장 6천곳을 점검했다.

실제 줄어든 사고사망자 116명 중 절반에 가까운 57명(49.1%)이 건설현장에서 감소했다. 시공액 3억~120억원 규모의 중소 현장에서 40명이 감소했다.

50명 미만 제조업 사고사망 되레 증가

전문가들은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 감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는 떨어짐이나 끼임·부딪힘 같은 이른바 후진국형 사고가 많다. 산업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다. 전문가들이 감소한 사고사망자 수치보다 후진국형 사고 현황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해 사망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29명) 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끼임(-7명)·부딪힘(-7명)도 감소했다. 끼임(11명)·떨어짐(10명) 사고가 늘어났던 2018년과 비교된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후진국형 사고 현황을 보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사고사망자를 505명으로, 사고사망만인율을 0.27명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사망사고가 감소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업의 경우 2018년보다 떨어짐(2명)과 부딪힘(13명) 사망사고가 증가했다. 규모별로 보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9명이 늘어났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에서 98%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행정력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건설업 사망사고가 줄었들긴 했지만 지난해 사고사망자 855명 중 50.0%인 428명이나 된다. 전체 사고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49.9%)보다 높다. 독일(0.13명)이나 일본(0.15명)의 사고사망만인율에 한참 못 미친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사고사망자가 줄어든 것은 지금까지 감독물량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했던 안전보건행정이 잘못됐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며 “가장 취약한 50명 미만 사업장을 주요 타깃으로 산재감소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올해 컨베이어벨트를 포함한 7대 위험기계를 많이 보유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 점검을 확대한다. 끼임위험 작업감독 분야를 새로 만들 예정이다. 영세 사업장은 자율개선을 유도하고 외국인 노동자 다수고용 사업장 점검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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