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달까지 산재 사망사고로 노동자 790명이 숨졌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산재 사망자수를 600명대까지 줄이고 2022년에는 500명대까지 감축하겠다던 약속은 없던 일이 됐다. 올 초 산재 사고사망자를 700명대 초반까지 줄이겠다고 밝힌 고용노동부의 목표치도 무색해졌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추가 보완대책은 기존에 나왔던 대책을 재탕하는 것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산재사망 감소정책을 안일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올해 끝나기도 전에 “산재사망 역대 최저” 자화자찬

정부는 15일 오후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13차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신년사에서 “2022년까지 자살과 교통사고·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 만들어졌다. 분기별로 차관회의를 열고 격월로 실무점검회의를 하면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2016년 969명에 달한 산재 사고사망자를 2022년에 500명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노동부는 지난달 말 현재 산재 사고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815명보다 25명 줄어든 790명이라고 발표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노동부는 “올해 말 산재 사망사고는 830~840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초 노동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전년대비 20% 감축한 705명까지 줄여 보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부처 내부에서 모니터링 중인 산재 발생일 기준 조사통계도 산재 사고사망자가 11월 말 현재 608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96명이 감소했다”며 “올해 산재 사고사망자수는 역대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 점검·감독과 소규모 사업장 산재예방 역량 지원·안전문화 캠페인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한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장은 “지금 역대 최저를 언급하기 전에 기준도 오락가락하는 엉터리 산재 통계부터 바꿔야 한다”며 “노동부가 자기들 입맛에 따라 산재사망 만인율 통계를 썼다가, 근로복지공단 산재승인 기준 통계를 썼다가 아니면 발생일 기준 비공식 통계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로울 것 없는 산업안전지도관·신고제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보완대책으로 제시한 내용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자율점검표를 보급하고 2천곳에 대한 컨설팅 지원사업(58억원)을 제시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가칭)산업안전지도관 제도를 신설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관내 사업장 출입·지도권한을 부여하고 행정지도 후에도 사업장이 불량하거나 시정하지 않으면 노동부 근로감독으로 연계한다는 방안이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안전어사대’나 경기도의 ‘안전보건지킴이’와 비슷한 제도다. 노동부는 올 초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에서 지자체 안전보안관(약 1만명)을 활용해 추락위험 현장을 관리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대책은 노동자의 산재예방 활동 참여 활성화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매뉴얼을 보급하고, 사업장 위험요인에 노동자의 시정조치 요청권과 신고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도 위험작업의 경우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장작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노동자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위험한 작업장은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노동부의 올해 산재 감축대책에서도 이미 ‘3대 안전조치 위반 사업장 신고제’를 도입해 3대 안전조치 위반 현장을 발견하면 누구든지 온라인 신고센터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과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는 “효과 없는 정책을 재탕, 삼탕하는 게 아니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로 위축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 개선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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