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해 산업재해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2019년(855명)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를 500명대로 떨어뜨리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군다나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며 전부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 1월 시행했는데도 별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노동안전 법·제도 개선 여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4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일하다 발생한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60명 안팎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19년 산재 사고사망자 855명보다 많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질병사망자를 제외하고 한 해 1천명 내외 발생하던 중대재해 사망자를 500명대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안전감독관을 포함한 근로감독관을 늘리고, 2018년에는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 죽음을 계기로 국회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했다. 재해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산재예방 활동을 전개했다.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큰 감축 효과가 있으리라 내다봤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산재승인을 받고 산재급여 지급을 완료한 이들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정부 공식 산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971명이던 사망자는, 2019년 855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고무된 정부는 지난해 800명대 초반에서 790명대를 목표치로 잡았다. 기대는 빗나갔다.

경기도 이천 화재 참사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등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기계에 끼이거나 추락하는 등의 사고 소식도 끊이지 않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등 이전에는 좀체 발생하지 않던 중대재해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코로나19로 산업활동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산재 사고사망자가 늘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1월 “2019년 사망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홍보했던 노동부는 올해는 깜짝발표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동부는 통상 3월에 산재 통계를 발표한다.

산재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현재 산업안전보건 체계로는 국정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16일 시행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산재 사망자 유가족들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은 “사고사망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 행정력만으로 한계가 있었다면 다른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되는 사안인데도 기업 입장을 옹호하는 정부 태도는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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