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정부가 중소·영세 사업장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 보완대책으로 꺼낸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 확대방안이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노동계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2021년 7월부터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된다.

"인가연장근로 확대? 노동부 지침 뒤엎는 불법행위"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인가연장근로 요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할 경우 행정권 남용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수습과 긴급한 복구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인가연장근로를 일시적 업무량 증가와 기계설비 고장 같은 통상적인 경영상 사유까지 확대하는 것은 제도 취지를 명백히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53조4항)에 의하면 인가연장근로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노동부 장관 인가와 노동자 동의를 받아 법정 한도와 관계없이 연장노동을 허용하는 제도다. 근기법 시행규칙(9조)은 인가연장근로 요건을 "자연재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국회에서 주 52시간 보완입법이 안 되면 근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경영상 사유 등을 포함해 최대한 인가연장근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1년 전 노동부가 발표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적용 지침'에도 위배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한국경총이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으로 '한시적 인가연장근로 확대'를 요구하자 "통상적인 경영상 사유는 인가연장근로 요건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가 요구한 것은 화학·정유·제철업계의 정기보수작업, IT업계 긴급장애 복구작업 등이다. 당시 노동부는 인간연장근로 요건 판단기준으로 △재난 등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임박했고 △이러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다른 노동자로 대체가 어려워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인가 및 승인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300명 이상 사업장에 인가연장근로 확대되나

더군다나 인가연장근로 요건을 경영상 사유까지 확대하면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뿐만 아니라 현재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 중인 300명 이상 대기업에도 적용된다. 정부가 '보완대책' 근거로 밝힌 중소기업 노동시간단축 준비의 어려움과 상관없이 전체 사업장 노동시간단축 흐름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의 노동시간단축 부담을 덜기 위한 법적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국회는 지난해 근기법을 개정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30명 미만 사업장에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도입했다(53조3항).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있으면 1주 12시간에 더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적인 시행규칙 확대에 법적 대응"
"노동시간단축 훼손하면 사회적 대화 중단"


유정엽 실장은 "노동부가 스스로 기존 지침을 뒤엎는 위법한 대책을 내놨다"며 "법 취지를 왜곡하는 정부의 불법적 시행규칙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지면 위헌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또 상위법인 근기법 제도 취지에 반하는 시행규칙 개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정부가 인가처분을 내린 연장근로 개별 사안을 취합해 취소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단축 기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판단이 들면 전면적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검토한다.

민주노총도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제각기 팔을 흔들어 대며 사람 잡는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내년 1월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노동시간단축 근기법이 적용되면 악의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을 추려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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