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7년 5월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충돌사고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김영환(38)씨가 11일 산업재해 요양 연장심사를 앞두고 있다. 크레인 사고 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산재를 인정받은 그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불면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한다. 누구보다 정신적 안정이 필요하지만 3개월마다 돌아오는 산재요양 연장심사는 산재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 더 큰 불안과 공포·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겨 주고 있다. 산재요양 연장심사에서 추가진료가 승인되지 않으면 치료는 물론 휴업급여 지급 중단으로 가족의 생계마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재요양이 연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져요. 시간에 쫓길수록 더 불안해지죠. 3개월마다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3개월마다 이 치료를 더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게 더 힘들어요.”

전문가들은 “보통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진료계획(산재요양 연장심사)을 상병에 따라 6개월~1년 단위로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이는 산재 트라우마 피해자의 경우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원조치 앞두고 산재요양 기간 한 달만 연장

9일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김영환씨 요양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자문의사회의가 11일 열린다.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로 지난해 4월 산재를 인정받은 그는 고향인 대구에서 치료받다 같은해 11월 경기도 부천으로 이사해 공단 인천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요양기간 만료를 나흘 앞둔 지난 4월23일 열린 병원 요양검토회의에서 그는 “5월 말 이후 종결검토” 결과를 받았다. 한시적으로 한 달간 치료가 연장된 것이다. “크레인 사고 당시 부상자와 사망자 목격 후 발생한 침습적인 사고·감정기복·불면·불안 등의 증상”을 호소해 온 김씨에게 3개월마다 돌아오는 산재요양 연장심사도 힘겨운데, 한 달 뒤 또다시 진료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 받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친 것이다. 그는 “주치의가 요양검토회의에서 추가진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회의에서는 5월 말 이후 종결검토로 결론이 났다”며 “시간에 쫓기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주치의는 김씨에게 트라우마 치료법 중 하나인 노출치료를 하는 인하대병원으로 전원하라고 제안했고, 김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단 인천북부지사 관계자는 “요양검토회의에서는 (환자를) 인하대병원으로 전원해 한 달 동안 전문치료 후 (요양종결 여부를) 보자는 입장이었다”며 “요양종결 여부는 주치의를 포함한 전문가 협의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7년 5월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피해자 김영환씨. 정기훈 기자

“상병에 따라 진료계획 달리해야”

김씨는 지난달 7일 인하대병원을 찾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진료기록이 아직 인천병원에서 넘어오지 않은 데다 노출전문의 진료도 같은달 27일에나 가능했다. 27일 김씨를 진료한 노출치료전문의는 “과각성 우울 회피 증상을 보인다”며 “정신건강의학과 면담과 약물치료 중이며, 약물치료 조절을 통해 증상 개선을 시도해 볼 예정”이라는 진료계획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주치의는 “최소 6개월 이상의 고농도 약물치료 예정”이라는 소견을 덧붙였다.

지난 4월 요양검토회의에서 “한 달 동안 전문치료 후 (요양종결 여부를) 보자”며 ‘5월 말 이후 종결검토’를 통보받았던 김씨는 한 달의 추가 요양기간 동안 단 한 차례 진료를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이달 11일 다시 산재요양 연장심사를 앞두고 있다. 공단 경인지역본부는 자문의사회의를 열고 지난달 27일 김씨 주치의가 제출한 진료계획서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다. 김씨는 “노출치료전문의가 ‘최소 6개월 이상의 고농도 약물치료 예정’이라는 진료계획서를 써 줬는데, 요양기간 연장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제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인천병원은 공단 운영 의료기관으로, 병원 요양검토회의에서 사실상 환자의 진료계획을 확정하지만 환자나 그 대리인의 진술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3개월 단위로 진료계획을 세우지만 상병에 따라 6개월~1년까지 진료기간을 보장하는 경우도 있기에, 누구보다 심리적 안정이 우선인 산재 트라우마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진료계획을 길게 둬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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