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강예슬 기자>
우리나라는 매년 노동자 8만명 이상이 업무상사고로 부상을 입는다. 이 중 900명은 사망에 이른다.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운 좋게 목숨을 구한 이들도 산재에서 자유롭지 않다. 산재를 겪은 당사자는 물론 동료·사고수습자 등 간접경험자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기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으로 불안감·우울감·죄책감·분노감 등을 유발한다.

산재를 겪은 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이 고통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는 송옥주·이용득·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가 함께 주최했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주관했다.

◇사회적 지지 있어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극복 가능=사회적 지지는 정서적·경제적 지지를 모두 포함한다. 정서적 지지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이를 동료·관리자·가족 등 주변인들이 정서적으로 재해자를 지지하는 일이다. 대구근로자건강센터가 지난해 12월14일부터 올해 1월25일까지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을 상담했다. 한국발전기술은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고 김용균씨가 소속됐던 회사다.

대구근로자건강센터는 한국발전기술 노동자 155명을 대상으로 '사건충격척도 검사'를 실시했다. 센터는 사건충격척도 검사 결과 4명이 태안의료원·녹색병원에 전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연계했다. 1명은 산재신청을 했고 또 다른 1명은 휴식과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소견을 받았다.

양선희 직업환경의학전문의(대구근로자건강센터)는“트라우마와 관련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인식이 부족한 관리자는 직접 목격자가 아닌데도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자와 동료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상담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산재로 일을 쉬고 있는 노동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악화할 수 있다”며 “휴업과 관련한 경제적 문제를 겪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산재 트라우마 관리매뉴얼 보완해야"=2017년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이 공동 제작한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 운영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매뉴얼에 따르면 재해 발생일 7일 이전에 재해를 경험한 이에게 불면증과 불안감 등 신체와 정신에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행하기 어렵다.

양선희 전문의는 "사고재해 현장에 들어가려면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해 7일 이내에 개입하기는 힘들다"며 "매뉴얼에서 7일 이내 긴급대응 실시내용을 넣긴 했지만 이후 초중기 대응에 주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현재 트라우마 관리매뉴얼은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에 집중돼 있다"며 "직장 상실·직장내 폭력 등 노동자들에게 심리적 위기를 불러오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대응방법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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