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체제 다시 짜기"라는 부제가 붙은 25일 한국노동사회포럼의 화두는 ‘노동의 공공성’과 ‘노동학’이었다. 노동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통합·융합학문인 노동학의 비전을 세우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노동 공공성 실현과 노동학 발전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자본증식 도구 아닌 공익에 복무하는 노동”

1987년 노동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노동체제로 제시된 것은 노동의 공공성이었다. ‘노동 공공성과 협력적 노동체제’를 발표한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동 공공성 개념을 “자본증식 도구가 아닌 개별적·집단적 인간의 삶,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에 복무하는 노동”으로 정의했다. ‘자본증식의 도구’ 또는 ‘고도경제성장을 위해 희생하는 노동’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공의 이익과 복리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장 본부장은 “노동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자 개인이나 노조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며 “일한 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는 체계, 보편적인 노동기준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 개선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보상체계 재설계 △사회안전망 구축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직업능력개발체계를 꼽았다. 상생협력 실현 과제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같은 해묵은 숙제 해결과 초기업 교섭시스템 정착, 새로운 사회적 대화체제 활성화를 주문했다.

장 본부장은 “위기대응이나 정부정책 관철을 위해 동원·활용됐던 사회적 대화를 지양하고 노사정 주체들이 자율성을 갖고 전향적인 노동질서 형성을 위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사 박물관·노동TV 제안

이날 포럼에서는 "노동사 박물관과 노동TV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노동 공공성 강화와 노동존중 사회를 과제로 하는 노동학 정립방안의 일환이다.

우리나라에 노동사 박물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 없지는 않다. 전태일재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양대 노총 자료실·노동자역사 한내·울산노동역사박물관·성공회대 민주자료관에 수십만건의 노동사 자료가 보관돼 있다.

그럼에도 노조 지도자나 경험자들이 고령화하면서 유·무형 자료가 소실되는 실정이다. 체계적인 자료관리와 공간도 부족하다. 예산부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연구·교육·전시를 할 수 있고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노동사 박물관 설립을 제안했다. 도서관·아카이브(자료구축)·박물관이 결합된 형태다. 이 부소장은 “노동사 박물관 건립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세부과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하거나 노사 단체와 협력해 정부예산을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종기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노동특화 채널인 '노동TV' 설립을 요청했다. 노동을 전 국민적인 요소로 확장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안 교수는 노동TV가 △노사갈등 해소 △인적자원 개발 △국민생활 밀착 정보제공 같은 노동 공공성 강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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