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60세 이상 고령노동자의 95%가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었다.

김형탁 동국대 겸임교수(경영학)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년층 노동권 실태와 노년 일자리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서울시 노년층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노후희망유니온 의뢰로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일하는 60세 이상 노인 50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노인 73% ‘생계비 마련 위해 일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이 일하는 이유 중 "생계비 마련"이 7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용돈이 필요해서"가 8.5%, "건강 유지를 위해"가 7.3%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95%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중 85.3%는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고, 9.7%는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5%밖에 되지 않았다.

김형탁 교수는 “앞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년층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노년층의 노동권은 부수적 의제가 아니라 핵심적 의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 일자리를 구하기까지는 3년 가까운 기간(35.97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자리에 근속한 기간은 82.54개월, 즉 6년10개월이었다. 김 교수는 “퇴직 뒤 곧바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자로 살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라며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을 앞둔 노동자들은 은퇴 뒤 재취업 경로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만족도와 관련해서는 한시적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전반적 만족도를 포함해 모든 요인에서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의 경우 37%가, 한시적 노동자는 51.1%가 현재 일자리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노년층 일자리 창출 사업에서 반드시 정규직 일자리를 우선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노년층 노동에서도 성별 격차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근로계약서 유무와 사회보험 가입 여부, 임금 수준 등에서 남녀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현재 일자리 취업 경로는 "친구·친지의 소개 또는 추천"이 37%로 가장 많았다. "생애 주된 일자리 계속근무"가 17.9%, "채용공고"가 16.5%로 뒤를 이었다. "생애 주된 일자리와 관련 없는 직무에서 일한다"는 응답자도 51.8%였다.

“노년층 노동권, 노인문제 핵심 의제 돼야”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노인의 73.6%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하는 현실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진희 공동대표는 “건강한 목적의 노동이기보다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노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근로 능력이 떨어져 가는 노령층에 대한 복지정책과 안정된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연계해 확충해 갈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번 조사에서 80세 이상인 초고령노인 응답자 비율은 2.6%(13건)에 그쳐서 80세 이상 노인의 노동권 관련 정책과제를 마련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며 “노인 자살률도 초고령노인일수록 급증하는 경향이 있기에 해당 연령층 노인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