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해고승무원들이 29일 오전 대법원 1층 대법정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대법정에 들어선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윤자은 기자>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해 13년째 투쟁하는 KTX 해고승무원들의 분노가 대법원에서 터졌다.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보고서에 사법부가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한 사례로 KTX 승무원 사건이 언급되자 KTX 해고승무원들의 억장이 무너졌다. 2015년 2월 패소판결 직후 소송에 참여했던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법과 질서 지키며 우리를 짓밟아”

KTX 해고승무원들과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하러 대법원 정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법원 보안관리대원들이 막아섰다. 몸싸움이 시작됐다. 대법원 현관에서 수십 명이 뒤엉켜 밀치다가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을 비롯한 몇 명이 대법정까지 진입했다.

보안관리대원이 “나가 달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허가를 받고 오라”고 소리쳤다. 해고승무원들은 “너희는 허가 받고 우리를 해고했느냐”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았냐”고 따져 물었다. 대법정에서 점거시위가 벌어진 것은 대법원 사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법정에서 점거농성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법살인에 대한 대법원장 입장 듣겠다”

해고승무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이 어렵다면 면담 날짜라도 확정할 수 있게 권한 있는 책임자가 나올 것을 요구했다. 해고승무원들은 대법정 앞 바닥에 앉아 답변을 기다렸다. 김승하 지부장은 “대법원은 법과 절차를 지켜서 우리를 짓밟았다”며 “명백한 사법살인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을 직접 듣겠다”고 밝혔다.

면담 요청 결과를 기다리던 정미정 지부 총무부장은 대법원 중앙홀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15대 대법원장 양승태’의 사진을 바라봤다. 정 부장은 “수사를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 사진은 내려야 한다”며 “이 사진이 걸려 있는 게 지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께 공보판사가 대법원장 비서실장 면담을 주선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해고승무원들과 대법원장 비서실장은 30일 오후 2시 면담하기로 했다. 해고승무원들은 2시간30분 만에 점거농성을 풀었다.

이들은 “KTX 승무원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하는데 대법원 책임이 큰 만큼 현직 대법원장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한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관련자 전원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법원공무원 3천405명의 서명도 제출한다. 해고승무원들은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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