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가 참여하는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지난해 타워크레인 사고로 건설노동자 6명이 사망한 삼성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정기훈 기자>

삼성중공업이 '2018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선정됐다. 지난해 노동절 6명의 노동자가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숨진 노동자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삼성중공업뿐만 아니라 5위권에 든 기업 7곳에서 사망한 37명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해가 갈수록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업재해가 심각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와 양대 노총, 노동건강연대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통계를 근거로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에 이어 5명의 노동자가 숨진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대림산업이 공동 2위에, 4명이 숨진 STX조선해양·현대산업개발·케이알산업·대림종합건설이 공동 5위에 선정됐다.

 
크레인 신호수 1명 구속에 그친 삼성중공업 처벌
검찰, 사고 후 1년여 만에 14명 불구속 기소


127주년 세계 노동절이던 지난해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휴게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다쳤다. 사고를 목격한 200여명의 노동자가 현재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크레인 사고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삼성중공업에서는 누가 어떤 책임을 졌을까. 공동캠페인단에 따르면 골리앗크레인 신호수 1명만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대영 당시 삼성중공업 사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뒤로 밀리고 밀렸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사고 발생 1년여 만인 이달 20일에서야 김아무개 전 삼성중공업 조선소장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기소가 늦어지면서 박대영 전 사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은 줄줄이 퇴임했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삼성중공업 법인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사업주 처벌 가능성은 낮고,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사건에서 사법부 판단이 그랬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사망자가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23건 가운데 수사 중인 2건을 제외하고 원청을 기소한 사건은 15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6건에서 원청은 수사망을 피해 갔다.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사법부는 벌금형(12건)·무혐의(2건)·기소유예(1건) 판결을 내렸다. 공동캠페인단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산재 사망사고를 일으킨 사업주를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다.

하청 노동자에 집중된 산재 사망사고

원청이 대부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공통점은 또 있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7개 기업의 사망자 37명이 모두 하청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에 오른 5개 기업의 하청 노동자 사망자 비율이 89%(사망자 38명 중 34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위험의 외주화가 더 심각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치다.

공동캠페인단은 "2014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산재 사망사건 가운데 건설업의 98.1%, 조선업(300인 이상 사업장)의 88%가 하청 노동자에게 발생한 사고였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은 "수십 개 하청업체가 공정별로 혼재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작업환경에서 하청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를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하청 노동자가 사망해도 원청 처벌은 고작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산재 사망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캠페인단은 이날 타워크레인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우정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방치한 우정사업본부에 ‘특별상’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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