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해 5월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다친 물량팀 팀장 진아무개(55)씨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물량팀장은 사업주”라며 진씨의 산재신청을 기각한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가 뒤집었다. “조선소 물량팀장인 진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것이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 판단이다.

“물량팀장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4일 산재보험재심사위가 조선소 일감에 따라 작업장을 옮겨다니는 물량팀 팀장을 노동자로 보고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노동계에 따르면 산재재심사위는 지난해 삼성중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다친 하청업체 물량팀장 진씨가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관련 재심사청구에서 “진씨는 근기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진씨 상병은 업무수행 중 사고로 생긴 것으로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재결했다. 물량팀은 조선소 내 하청업체와 노무계약을 맺고 작업장을 옮겨다니며 일하는 팀을 말한다.

진씨는 노동절이었던 지난해 5월1일 삼성중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지브형 타워크레인 충돌로 팔과 다리를 다쳤다. 타워크레인이 진씨가 일하던 곳으로 떨어지며 진씨를 강타했다. 그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자비를 들여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진씨는 지난해 6월 산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는 “대지플랜트(물량팀) 대표로서 노동자를 고용하고 소속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진씨는 재심사청구를 제기했고, 산재재심사위는 지난 8월9일 진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산재를 인정했다.

산재재심사위는 진씨가 근기법상 근로자인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근기법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노동자를 정의한다. 산재재심사위는 “산재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기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는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진씨가 외견상 (하청업체) 성지산업으로부터 도장물량을 도급받은 사업주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임금을 목적으로 성지산업에 전속돼 직접 도장작업을 하고 물량팀 소속 근로자를 관리하는 등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가 물량팀 업무 지휘·감독

산재재심사위는 진씨가 물량팀 대지플랜트 대표로 성지산업과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내용상으로 볼 때 성지산업에 소속된 근로자로 봤다.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은 “진씨가 성지산업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자기 명의로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며 “성지산업의 업무 지휘·감독은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도급계약 관계의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일 뿐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산재재심사위는 “진씨는 성지산업 직장으로부터 전체적인 작업지시를 받고, 성지산업의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을 적용받았다”며 “성지산업 직장이 진씨의 작업영역을 결정하고 진씨를 포함한 물량팀 일당을 17만원으로 산정해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산재재심사위는 “진씨는 외형상으로는 하도급계약에 따른 사업자로 보이나 실제로는 성지산업에 소속된 근로자”라고 덧붙였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사고발생 1년6개월이 지나서야 산재승인이 났다"며 "그 시간 동안 진씨는 사고로 다친 몸과 마음의 고통을 홀로 감내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조선소 물량팀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설사 가입돼 있더라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산재신청도 하지 못한다”며 “그간 개인사업자로 치부되던 물량팀장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만큼 조선소 내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자성을 인식하고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