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광주광역시의회가 일자리 창출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조직 폐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정임금·노동시간,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시의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의회 “일자리 창출 성과 없고 예산 낭비”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사회통합지원센터 예산이 내년에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최근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 결과 광주시가 제출한 사회통합지원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하고, 10억원으로 책정한 내년 예산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회통합지원센터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전담하는 사회통합추진단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의회 행자위는 사회통합추진단과 사회통합지원센터가 민간부문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센터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2015년 2월 출범한 센터 위탁기관이 중간에 한 번 바뀌고, 센터장이 수개월째 비어 있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사회통합추진단과 사회통합지원센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시행을 포함해 공공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민간부문에서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민간위탁기관이 중간에 바뀌면서 다소 불안하게 운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센터 자체를 폐지해 버리는 것은 시의회가 광주형 일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제야 분위기 조성되는데 없앤다니”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자는 정책이다. 고용안정과 적정임금뿐 아니라 노동시간단축과 노동자 경영참가, 원·하청 공정거래를 지향한다.

지역 노동계와 경영계를 설득하는 것부터 기업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어렵다.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박근혜 정권에서는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 일부에서도 외면받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양대 노총 소속 노조가 참석한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행사까지 열었다. 6월에는 지역 노사민정이 기초협약을 체결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확산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내년에 예산 8억원을 지원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고용노동부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에도 선정됐다.

박병규 광주시 일자리정책특보는 “광주시의회가 노동과 일자리를 단순히 양으로 평가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책이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광주시의회 행자위는 사회통합지원센터가 하던 일을 사회통합추진단이 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보현 행자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명분과 타당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통합지원센터가 한 일이 주로 토론회인데 사회통합추진단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사회통합지원센터는 올해 예산 7억원 중 인건비와 운영비에만 4억원을 사용하고, 실제 사업비는 2억원에 불과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광주형 일자리 이론 정립을 위해 지속적인 토론회와 회의가 불가피했고 지금도 연구를 통해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조직인 사회통합추진단이 센터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병규 일자리정책특보는 “센터는 앞으로 노동존중을 지향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민단체 소통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조직화나 노동운동 지원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사회통합추진단이 할 수 있는 일 같았으면 처음부터 센터를 만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다음달 15일 예산안 의결까지 시의회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행자위는 재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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