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옛 대우자동차노조 출신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과 관련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대기업노조·공공기관노조 이기주의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홍영표 위원장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발언이 노동관계법 취지나 법원 판례와 상충한다. 재계 입장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휴일·연장 중복할증 반대, 자신 법안 뒤집나
"근기법 개정 위해 불가피" vs "판례까지 무시"


5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7일 홍영표 위원장을 항의방문한다. 홍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당일 회의에서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통상임금 100%+연장근로수당 50%+휴일근로수당 50%)에 반대했다. 전체 200%에서 50%를 빼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모두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동현안이다.

게다가 홍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휴일근로시 중복할증을 명시했다. 그런데 1년여 만에 자신이 제출한 법안과 반대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과 상충하는데도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홍영표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은 주 60시간 노동 허용을 전제로 중복할증을 하자는 취지였다”며 “주 52시간 상한제를 하려면 중복할증 부분이라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에서 균형 있게 할 수밖에 없고, 할증률이 높으면 오히려 장시간 노동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주일을 7일로 보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서 할증률만 150%로 제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휴일근로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한 판례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판례 중 80%가 휴일근로시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것인데도 이를 부정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시간단축을 강조하고 있는 최근 흐름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 노동계에 매달리지 말아야?
“노사정 대화 복원에 도움 안 되는 발언”


홍영표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대화 전제조건으로 대통령 참가(한국노총)나 5대 요구(민주노총)를 내건 노동계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특히 “노사정위가 균형 있게 접근해야 대화와 타협이 된다”며 “노동계 바지 자락 잡고 사정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대화체제 개편을 주문한 노동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며칠 뒤인 같은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노동계와 만찬을 했다. 홍 위원장 발언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파장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홍영표 위원장은 “노조들이 사회경제 주체로서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고 협조와 희생을 해야 사회적 대화나 대타협이 된다”며 “이기주의에 빠진 노동계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공공기관노조 중심의 양대 노총이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홍 위원장은 대기업 노동자들이 연장근로·휴일근로수당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노동시간단축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로 봤다.

올해 국감에서 불거진 산하기관 성희롱 문제에서도 노동계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 노조들이 비정규직이나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제대로 했다면 성희롱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 3권을 제약하는 행위나 제도에는 철저히 대응하겠지만 대기업·공공기관노조들이 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제 역할을 못하면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위원장이 노동계를 겨냥해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당분간 노동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정 협치나 사회적 대화 복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공공부문 노조를 중심으로 상생노력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사회적 대화에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환노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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