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단축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이다. 정부 성패를 가를 쟁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이 세 가지 이슈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논쟁은 치열하다. 노동계는 응원하고 재계는 저항한다. 지난 3일 세 가지 주제를 두고 전문가들이 열띠게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핵심이슈, 어떻게 풀 것인가’ 정책토론회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토론자들은 정규직 전환 속도와 방식, 최저임금 인상 찬반, 노동시간단축 행정해석 폐기를 두고 공방했다.

정규직 전환 생명·안전업무만 하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는 오랜 기간 맞부딪쳤다.

토론회 양상도 비슷했다. 노동계와 재계를 대표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와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이 발제를 했다. 사회를 맡은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필두로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김기선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했다.

쟁점은 정규직 전환 속도와 방식, 전환 대상 범위였다.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문재인 정부가 상시·지속업무 인력 정규직화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운을 뗐다.

재계는 "상시·지속업무 인력 정규직 고용은 너무 강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박재근 본부장은 “상시·지속업무에서 정규직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라며 “상시·지속업무라도 IT·보안·청소·운전·콜센터 등 전문 분야와 비핵심 분야 외주화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노동시장 양극화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광표 소장은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면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쪽은 공정성 논란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시기에 운 좋게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것이다. 이지만 교수는 이를 근거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일자리는 공개채용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광표 소장은 “(정규직 전환이 운의 문제라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기에 태어나 교수 등이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 아니냐”고 받아쳤다. 노 소장은 “왜 비정규직이 운을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고 하면 문제를 제기하느냐”라고 비판했다.

EITC 확대가 최저임금제도 대안이라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사회로 이정민 서울대 교수(경제학)·박철성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오상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입범위 조정을 비롯한 6개 제도개선 과제를 놓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해서 적용하는 것은 재계 숙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근로장려세제(EITC) 대체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장치로 근로장려세제가 더 효과적인가’라는 주제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EITC는 일정 수준 이하 저소득 가구에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근로장려금을 세금환급 형태로 지급한다. 일종의 근로유인책이다.

박철성 교수는 “최저임금제도는 영세 자영업자에게서 돈을 빼앗아 근로자에게 주는 구조”라며 “근로감독 비용과 정치적·행정적 비용을 고려해도 근로장려세제가 더 낫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창근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취지는 빈곤퇴치가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주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취지가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동등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이정민 교수가 “최근 연구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대체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권순원 교수는 “2002년 최저임금이 16.8% 올라 역대 최대 인상률을 기록했는데 고용률은 오히려 1%포인트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창근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을 을과 을의 대결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며 “원청·프랜차이즈 본사가 책임을 분담하게 해서 중소기업·자영업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임에도 상대적으로 논의 대상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소기업을 배려 대상이 아닌 함께 가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요청했다.

노동시간 노동부 행정해석 폐기 두고 '팽팽'

노동시간단축의 타깃은 노동부 행정해석이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과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이 발제에 나섰다. 김혜진 세종대 교수(경영학)가 사회를 봤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을 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부 행정해석을 바로잡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재계는 행정해석 폐기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영완 본부장은 “기업은 지난 30년 동안 행정해석을 확고한 기준으로 믿고 살아왔다”며 “행정해석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노사가 따라온 만큼 입법 과정에 30년 관행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일 연장근로에 중복할증을 금지하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국회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본다”며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서는 국회뿐 아니라 정부도 상당히 많은 시그널을 보내 줬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업장이 실제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4~5년째 입법부만 쳐다보고 있다”며 “행정부는 행정해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바로잡고, 사법부는 소신껏 판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11월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며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포함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끝으로 노동시간단축 속도가 논란이 됐다. 김영완 본부장은 완충장치 도입을 통한 점진적 노동시간단축을 주장했다. 반면 김유선 연구위원은 “지금 논의는 새로운 법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오래 끌고 갈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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