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장관이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저런 사람이 기관장이라니….”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가 열린 환노위 회의실. 이날 감사는 마무리 감사인 만큼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직원 30명이 채 안 되는 사업장의 직장내 성희롱 사건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여성노동자가 고객과 직장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는데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후속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공공기관장에게 여야 의원 모두 분통을 터뜨렸다. 참고인으로 국감에 참석한 피해 여성노동자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피해자·가해자 분리하라니까 “양측 입장이 달라서”

문제가 된 사업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다. 센터는 KT 계열사인 케이티씨에스(KTcs)가 도급을 받아 운영 중이다.

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 수화통역전문가다. 영상과 문자메시지로 청각·언어장애인과 대화한다. 장애인의 의사를 비장애인에게 음성으로 전달한다. 각종 문의와 병원 예약, 구직활동까지 돕는다. 그런데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영상통화 중 성기 같은 신체를 노출하면서 노동자들을 성희롱하는 일이 잇따랐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요청에 따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황소라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 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6개월간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러운 듯 울었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센터 노동자들에 따르면 손말이음센터장은 평소에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을 자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황 지회장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센터와 진흥원측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고객 성희롱 예방대책은 묵살했다. 센터장은 “통화영상을 캡처하라”는 말만 했다. 부하 여직원을 성희롱한 센터장은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황씨는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고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손말이음센터 마음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낸 이용득 의원은 “보고서를 읽다 보면 분노가 치민다”며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을 질타했다.

서병조 원장은 “센터 직원들이 감사를 요청해 케이티씨에스에 이첩했고, 금년 중에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원장 자제분이라도 그렇게 늑장대응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위원장이 성희롱 가해자인 센터장과 피해노동자들을 분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서병조 원장은 중간에 말을 끊더니 “양측이 입장이 달라 조사 중”이라고 항변했다.

서 원장 발언에 여야 의원들은 격노했다. 여성 의원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해자가 처음부터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소리 질렀다.

분을 삭이지 못해 눈물을 보인 이정미 의원은 “센터장은 1차 가해자고, 원장은 2차 가해자”라고 말했다. 신보라 의원은 “최근 5년간 성희롱 피해자가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17건뿐”이라며 산재승인율 제고대책을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했다.

“환노위 차원에서 대응하겠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오늘 저녁부로 센터장과 피해자들을 분리조치하라”며 “환노위 차원에서 절대 넘어가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올해 8월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 중”이라며 “추후 조사결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첩하고 장관에게 전반적인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노동부는 환노위가 지난 26~30일 노동부·환경부·기상청과 산하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보 사례조사와 전수조사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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