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가 지난 8일 서울 잠실 한라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그룹 차원의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한라그룹 계열사다. 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사내하청 비정규직노조가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원청이 관리직과 단기계약직을 채용·투입해 대체생산을 시작했다. 원청에 의해 비정규직 파업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이다. 하청업체도 대화에 나서지 않아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노조간부 대기조 발령, 교대제 일방 변경으로 갈등

11일 금속노조 인천지부에 따르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비정규직지회는 임단협 타결과 인사발령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30일 파업에 들어갔다. 자동차 감지센서와 전자제어장치를 만드는 이 회사는 100% 비정규직으로만 생산공장을 운영한다. 사내하청업체 두 곳에 비정규직 350여명이 소속돼 있다.

지회는 올해 2월 설립했다. 2주 단위 12시간 맞교대 근무에 따른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임금 탓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하청업체 서울커뮤니케이션은 지회와 임단협 교섭 중 전환배치 인사발령을 하고, 2조2교대를 노조 동의 없이 3조2교대로 변경했다. 노조 관계자는 "생산라인에서 결원이 생길 때 투입되는 지원조·대기조를 신설해 지회 핵심 간부 대부분을 인사발령했다"며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교대제 변경과 관련해서도 그는 "교대제를 바꾸면 임금이 하락하는데도 회사가 노조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편했다"고 비판했다. 파업에 들어간 조합원 70여명이 서울커뮤니케이션 소속이다.

지회에 따르면 4년차 비정규직이 지난해 2조2교대로 일하고 받은 월급 실수령액은 평균 250만원이다. 기본급은 129만원밖에 안 된다. 시간외수당·심야수당·휴일근로·휴일연장근로로 나머지 임금을 채우는 구조다. 지회 관계자는 "평균 20~30대 젊은 조합원들이 1년 365일 중 340일을 일하며 가정을 꾸린다"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공언한 문재인 정부가 민간부문에서 발생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찾으려면 만도헬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이 인력 뽑아 사내하청 대체생산

원청인 만도헬라는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즉시 관리직과 새로 채용한 단기계약직을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하청업체인 서울커뮤니케이션에만 적용된다. 원청이 관리직과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노조법의 허점이다.

국회에는 허점을 메울 법안이 계류돼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2월 "하청업체 파업시 원청에 의한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해 하청 비정규직의 단체행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청인 만도헬라가 사내하청 파업에 대체인력을 채용해 투입한 것을 두고 "명백한 불법파견 증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회는 3월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내면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회사를 고용노동부에 고소·고발했다.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만도헬라 원·하청이 지회 파업에 대비한 정황이 있고, 이는 원청이 하청업체 운영에 지배·개입한 증거로 볼 수 있다"며 "노동부가 불법파견 고소·고발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만도헬라의 또 다른 사내하청업체 쉘코아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도 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 이달 말 파업에 들어간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윤종오 무소속 의원, 노조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도헬라를 통해서 본 간접고용의 폐해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한다.

100% 비정규직 공장인 현대위아·만도헬라 노동자가 실태를 증언한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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