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역사와 전동차·건물을 청소하는 노동자 14명은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거부당해 올해 1월 해고됐다. 이들 중 12명이 민주여성노조 9호선지부 소속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표적징계 의혹이 일었다.

쌍용기술연구소는 용역업체에 청소·유지 업무를 맡기고 있다. 2006년부터 한 업체와 10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청소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에 가입하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업체를 변경했다. 새 업체는 청소노동자 6명을 같은해 연말 해고했다. 2017년을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해고를 통보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 일하는 생산직 직원들은 모두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다. 2개 하청업체에 속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난달 금속노조 인천지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를 결성했다. 지회가 하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하자 한 곳은 교섭거부를, 다른 한 곳은 "4월2일자로 도급계약이 종료돼 고용이 종료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접고용직 고용불안으로 노사갈등 급증

고용승계와 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최근 3~4년 새 부쩍 늘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민주노총 소속 16개 사업장에서 이 같은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다. 대부분 청소·경비, 제조업 사내하청, 서비스 직종이다.

민주노총은 28일 '용역·하청노동자 고용불안정 해결방안 없나'를 주제로 작성한 이슈페이퍼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면서 주기적으로 해고 위험에 처한다"며 "위탁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넣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공시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 간접고용 규모를 155만명으로 분석했다. 노동계는 건설일용직과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임금노동자(지난해 기준 1천955만명) 10명 중 1명은 지속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셈이다.

정규직 전환하면 노동조건 상승·비용절감 이중효과

간접고용직의 고용불안을 규제하는 정부 대책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과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뿐이다. 가이드라인은 하청업체 교체·변경시 새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도록 의무화하자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하지만 "업체 변경시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쳐 강제성이 없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역시 "위반시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보호지침 적용대상을 '일반용역 중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2015년 공공기관 청소·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보호지침 적용실태를 조사했더니 적용률이 38%에 머물렀다.

민주노총은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민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효성 없는 제도 대신 근기법을 개정해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직접고용 전환은 노동자 노동조건을 향상하고 회사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효과를 낸다. 지난해 12월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국회는 직영 전환으로 향후 5년간 최소 1억5천만원에서 최대 5억1천만원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부터 기간제·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서울시는 53억원을 절감했다.

국회 청소노동자는 직접고용 전환 후 1인당 평균 20만원 정도씩 처우가 개선됐다. 2015년부터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는 1인당 임금이 평균 13.4%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하고
근기법에 '고용승계' 명문화 제안


민주노총은 "신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지가 있다면 그 출발은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직접고용) 전환이 돼야 한다"며 "대기업이 노동력 절반 이상을 간접고용으로 사용할 경우 강력히 규제하고, 중소·영세업체에 독버섯처럼 확산되는 불법파견은 엄격히 관리·감독하면서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입법적 방법으로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하청노동자 고용승계 의무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지 않아 현행 제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근기법에 '사업이전에 의한 해고의 제한' 조항을 신설해 고용승계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1981년 사업이전법을 도입했다. 원청의 사업 일부가 하청으로 전환되는 경우, 하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하청으로 전환됐던 사업이 다시 원청으로 귀속되는 경우를 사업이전으로 규정하고 고용이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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