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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희망하는 나라] "안전하고, 정의롭고, 비정규직 없는 나라 됐으면…"
   
▲ 비정규직·해고노동자들이 지난 8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유세장에서 노동3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있던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를 관람하려던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들을 경찰이 막아섰다. 일부 노동자들이 유세장 인근에서 '노동 3권 완전쟁취'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라고 쓴 선전물을 손에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고공농성자들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외치는 찰나 "조용히 해라" "선거운동 훼방 놓지 말라"는 고함이 들렸다. 시위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게시판에는 "참여정부 뒤통수를 쳤던 민주노총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글도 적지 않게 쏟아졌다.

고공·단식농성 중이었던 장재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이 광경을 광고탑 위에서 지켜봤다. 그는 9일 "촛불집회나 대선운동 과정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서로 다른 존재로 규정하고, 이 둘을 분리시키려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며 "새 정부는 노동자와 시민은 하나라는 관점을 갖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안전한 사회 건설 바라

노동자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대선 과정에서 확인된 시민들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중단하고, 일터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년 경력의 건설노동자 김종호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조합원은 지금껏 다치지 않은 것을 천운으로 여긴다. 그는 "노동자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회사가 알아서 안전하고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철도산업 민영화와 외주화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 안전한 공공철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윤보다 안전, 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민영화를 중단하는 등 공공기관을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병수 한국석유공사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을 방만과 비효율의 온상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편익 증대를 공공기관 경영 제1의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훈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안전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뿌리내린 관료 낙하산 관행을 반드시 근절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용자 불법행위엔 단호, 비정규직 노동권은 보장

노동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가시밭길을 걸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는 전임자 감소·노조파괴 시도·단체협약 일방해지·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개정 같은 광풍이 휘몰아쳤다.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는 586일 동안 전면파업을 했다. 김호열 지부장은 "보수정권 9년을 거치며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부당노동행위가 사업장에 만연했다"며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물리는 도덕과 정의를 아는 정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용 한국보그워너티에스노조 위원장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왜 이렇게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을까 곱씹어 봤다"며 "우리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처우개선과 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전한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면 업체폐업과 고용승계 거부로 노조활동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영 노조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해고로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는 재취업도 못하고, 설령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고용불안에 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노동악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은 "고용유연화를 이유로 대형마트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고, 이들은 저임금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방치돼 있다"며 "새 정부는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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