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노조 탄압에 항의해 노조위원장이 분신한 제로쿨투어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회사가 분신한 신형식 제로쿨투어지부장과 조합원에게 수차례 노조를 탈퇴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지부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일 심판회의를 열어 제로쿨투어지부가 지난해 12월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회사, 노조 제치고 노사협의회 선택

전세버스노조와 지부의 말을 종합하면 심판회의에서 심판위원들은 △노사협의회 개최 △노조 탈퇴 종용 △노조 탈퇴서 요구 사실을 놓고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회사가 신 지부장이 분신하기 전 조합원과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도 논란이 됐다. 회사는 '제로쿨투어 가족 여러분께'라는 공지에서 노동조합·노사협의회·상조회·회사방침 4가지를 선택지로 주고 "과반수(가) 찬성한 기구에 임금교섭과 단체협약권을 부여하도록 하겠다"며 투표를 진행했다. 회사는 노사협의회쪽을 원하는 직원들의 표가 많았다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했다.

신 지부장이 분신한 지난달 18일은 노사협의회 위원을 선출하는 날이었다. 신 지부장은 박광수 대표이사를 만나 회사의 노사협의회 개최 방침에 항의한 뒤 시너를 끼얹고 분신해 사망했다. 지부가 서울지노위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아무개 관리소장은 “내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보라. 노조 조합원은 칼질해서 (다) 정리하겠다”고 신 지부장을 협박했다. 윤춘석 전세버스노조 위원장은 “심판위원들이 노사협의회가 어떻게 단체협약 체결권을 갖는지, 노조 탈퇴서를 회사가 받을 수 있느냐고 대표이사에게 물었다”며 “주로 부당노동행위의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노조, 제로쿨투어 상대 투쟁 돌입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이 지난달 28일 제로쿨투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측의 노조 탈퇴 압박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데다 노동위까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림에 따라 위법 사실이 얼마나 드러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전세버스노조는 3일부터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했다. 공동교섭에는 제로쿨투어 노사도 참여했다. 제로쿨투어 노사가 지난해 11월 노조 설립 이후 한 차례 교섭도 열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공동교섭에서 노사 현안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김종원 지부 조직국장은 “제로쿨투어는 다른 회사와 달리 접촉사고를 낼 경우 직원들이 사고처리비의 50%를 부담한다”며 “운송수수료도 회사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교섭에서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제로쿨투어의 고객사에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제로쿨투어의 고객사 중 한국노총 산하 단위노조가 설립된 곳도 있다”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제로쿨투어와 거래를 끊도록 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압력을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부는 제로쿨투어 고객사 앞에서 집회를 연다. 김 국장은 “고객사 중에 삼성전자 LCD사업부 등 대기업도 있어 공장 정문에서 집회를 할 계획”이라며 “회사는 분신사건 이후에도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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