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노조 조합원은 칼질해서 (다) 정리하겠다.”

전세버스업체 제로쿨투어 박아무개 관리소장이 지난 18일 분신해 사망한 고 신형식 제로쿨투어지부장에게 했다는 말이다. 박 소장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촉탁직 기사로 입사한 변아무개(62)씨는 지난 23일 해고됐다. 그는 운전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기사다. 지난 2015년 1월23일 입사한 뒤 지각과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 경미한 접촉사고조차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칼질’을 피할 수 없었다. 조합원이기 때문에 해고됐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박 소장은 지난해 11월18일 노조가 설립된 뒤 변씨에게 세 차례 노조 탈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노조간부인 김아무개 조직국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5일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고 현재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부를 설립한 신 지부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머지 간부 한 명은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제가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은 조합원 여러분이 힘을 모아 반드시 이뤄 달라.”조합원들에게 보낸 고 신형식 지부장의 문자메시지다. 지부는 단지 회사에 교섭을 하자고 요구했을 뿐이라고 한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2016년 들어 첫 분신사건이지만 세상은 잠잠하다. 노사 교섭도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단체협약에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있다느니, 고용세습 조항이 있다느니 하며 쥐 잡듯이 뒤지던 결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죽었는데 말이다.

노동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 이렇게 노동자들은 엎드리고 엎드려도 또 당한다. 아니 미리 근로감독만 철저하게 했더라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부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낸 것을 보면 망자는 노동부의 보호를 간절하게 원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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