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기사로 이제 갓 노조간부가 된 노동자가 분신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19일 회사측 인사가 "내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보라. 노조 조합원은 칼질해서 (다) 정리하겠다"며 분신 노동자를 협박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날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연맹 전세버스노조 제로쿨투어지부장인 신아무개(59)씨가 지난 18일 오후 7시께 서울 송파구 제로쿨투어 본사 사무실에서 시너를 끼얹고 분신했다. 신 지부장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사건은 신 지부장은 박아무개 대표이사와 가진 면담 뒤 발생했다. “노조 설립할 때 목숨 걸고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조합원에게 보낸 직후였다. 자동차노련과 전세버스노조는 이날 오전 제로쿨투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표의 구속을 촉구했다.

노조 설립하고 교섭 요구하자 협박

신씨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노조의 초대 지부장으로 선출됐다. 신생노조는 극심한 탄압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세버스노조가 공개한 박아무개 관리소장과 신 지부장의 면담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는 신 지부장이 겪은 노조 탄압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 지부장은 지난해 11월18일 노조가 설립된 이후 회사에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수차례 교섭요청을 했다. 하지만 교섭은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반면 박 아무개 관리소장은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했다.

노조설립 이튿날인 지난해 11월19일 박 소장은 신 지부장에게 “노조 탈퇴를 안 하고 노조와 가겠다는 사람은 회사에서 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박 소장은 이어 “(노조는) 내가 승인 안 하니까 칼질해서 정리하겠다”며 “내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봐라”고 강조했다. 신 지부장은 “노조에 가입한 것에 대해 하라, 하지 말라 할 권리가 (박 소장에게는) 없다”고 맞섰다.

박 소장이 지난달 7일에는 비조합원인 오아무개씨를 만나 “원주에서 (노조 관련해) 일어나는 걸(일을)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없냐”고 은밀히 제안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노조 정보를 오씨를 통해 뽑아 내려는 공작을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김아무개 지부 조직국장은 노조활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노사협의회에서 활동하는 기사들은 근무시간에 화투를 치다 적발돼도 시말서를 안 쓴다”며 “노조 설립 이전에는 시말서를 안 썼던 평범한 일들도 (설립 이후에는) 조합원들이 시말서를 써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3차례 시말서를 쓴 뒤 지난 5일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노조설립 직후 34명이던 조합원들은 현재 20여명으로 줄었다.

“노동부, 노조 파괴 사업주 구속해야”

연맹과 노조는 박 대표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박 대표와 박 소장이 노조를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부가 교섭을 요청한 이후 회사는 조합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면담을 통해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니 결단하라'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며 “매일 가중되는 회사의 탄압으로 결국 신 지부장이 몸을 불사르게 된 것이다”고 한숨 지었다. 신 지부장은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측의 노조 탄압을 그 무엇보다 귀중한 생명으로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지난달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회사는 신 지부장의 분신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하라”며 “(노조 인정과 관련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노조를 인정하라”고 회사에 촉구했다. 제로쿨투어 관계자는 “(신 지부장의 죽음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제로쿨투어는 1992년 ㈜토탈버스로 출발해 설립된 지 24년된 전세버스 기업이다. 현재 45인승 버스 133대와 38인승 미만 버스 13대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용인시·세종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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