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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의 수상한 역량향상 교육] 저성과자 뽑아 리챌린지 프로그램, 일반해고 시범 프로그램?"면담서 전직지원금 제시하며 퇴직 유도" … 회사 "심기일전 교육, 퇴출 프로그램 아냐"

KB손해보험이 직무 역량향상 교육을 사실상 저성과자 퇴출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지부장 임남수)는 KB손해보험이 19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단체협약과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퇴출 예고 프로그램'이라며 교육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위 근무성적자들이 프로그램 대상자가 됐는데, 이들은 상담과정에서 교육을 받거나 퇴직하거나 사실상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저성과자' 19명 프로그램 배치=20일 KB손해보험 노사에 따르면 KB손보는 '2015년 역량향상 프로그램 계획'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2개월 코스로 평가하위자를 대상으로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올해 12월10일까지 운영된다. 이른바 '리챌린지(Re-Challenge) 프로그램'이다.

회사는 "저성과자 역량향상 프로그램은 평가하위자를 대상으로 2개월간 역량향상 교육을 실시해 개선 및 재도약 기회를 제공하는 육성 관점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누적 인사고과가 C·D(최하위)인 직원과 팀워크 진단 하위 20%와 2012년 유사한 교육을 받고 복귀한 직원 중 여전히 성과가 낮은 직원 가운데 40여명을 선정했고, 해당 본부장들이 면담을 통해 또 한 번 대상자를 추렸다.

이에 따라 대부분 영업과 보상업무를 하고 있는 사원부터 차장급까지 19명이 리챌린지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이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LIG손해보험 시절인 지난 2012년 하반기 실시한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이수했던 이들 중 재교육자로 선정된 6명은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첫 교육대상자가 된 13명은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위탁교육 업체인 라이트매니지먼트코리아에서 각각 교육을 받고 있다.

◇"전직지원금 받고 나가든지, 교육 받든지"=지부는 회사가 불분명한 기준으로 선정된 '저성과자'들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남수 지부장은 "도대체 몇 점이 팀워크 진단 하위자인지 기준도 없고 근거도 없다"며 "교육 대상자 중에는 분기평가 1등도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대상자 면담 과정에서 제안한 '전직지원 패키지'로 퇴직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임 지부장은 "각 본부장들이 '저성과자로 분류됐으니 지원금이라도 받고 나가는 게 어떻겠냐'거나 '두 달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말로 퇴직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상여기준급 36개월분과 학자금 지급 △퇴직 후 1년간 경조사·건강검진·명절선물 지원 △개인연금 일시불 지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 교육 대상자 중 2명은 전직지원금을 받고 지난 16일자로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프로그램 내용이 직무역량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증언도 나온다.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진행되는 교육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숨 쉴 틈 없이 진행된다. '기획을 바꾸는 새로운 감각, 트렌드 코드로 핵심 전략 만들기', '당신의 비즈니스를 퍼스트 클래스로 올려라' 같은 동영상을 보고 리포트를 제출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학습태도가 불량하거나 과제나 테스트를 80점 미만으로 받으면 학습경고장이 나온다. 경고가 2회 이상 누적되면 미수료 처리된다.

임 지부장은 "어제 첫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교재도 없이 강의가 진행돼 너무 어렵다'고 한다"며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교육이 아니라 그냥 한곳에 몰아넣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부 "단협·고용안정협약 위반"=지부는 리챌린지 프로그램이 내용과 절차상 단체협약과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하자가 있는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KB손보 단협에는 회사는 직원의 연간 교육 계획 및 인력 운용 계획을 노조에 알려야 한다. 또 고용안정협약에는 향후 5년간 회사가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할 때 노조와 먼저 합의하도록 돼 있다. 임 지부장은 "회사는 교육 대상자를 선정하고 교육 일정을 확정할 때까지 아무것도 노조에 알리지 않았다"며 "명백한 단협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가 일정 액수를 제시하며 퇴사 안내를 했기 때문에 희망퇴직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용안정협약상 노사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은 "정부가 쉬운 해고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챌린지 프로그램이 저성과자에 대한 기준이나 해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손보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퇴출 프로그램이 가능한 소리냐"며 "내년 정년연장으로 신규채용 여력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남은 직원들이 정신무장을 하고 자기 몫을 다해 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교육자들 중에는 각 부서에서 방치한 사람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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