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중·고등과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한국 사회가 국론 분열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에 빠져들고 있다. 역사학·교육계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노동단체까지 국정화 불복종을 선언했다. 야당은 장외투쟁을 포함한 원내외 병행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좌편향으로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교육개혁에 더해 노동개혁·금융개혁·공공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내년 총선까지 여야와 보수·진보, 자본·노동 세력 간 대립과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론 분열시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교육부는 이날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다음달 2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고시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주요 논리로 ‘좌파 편향 바로잡기’를 내세웠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검정제로 역사교과서가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기르는 데 기여하지 못해 이념 논쟁과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이에 대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독재적 발상으로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정교과서 추진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여당이 국정교과서로 국론을 좌우로 가르는 한편 노동개혁·금융개혁·공공개혁을 악용해 노조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과 친자본 극우세력들은 노동개악으로 시민의 노동력을 지배하려는 시도에 더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의식까지 지배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들의 시도는 정당성과 공익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융개혁은 사실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해 역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개혁 미진의 책임을 노조에 돌린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을 앞두고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고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가 밝힌 내용은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일반해고 요건 완화(저성과자 퇴출제)와 임금피크제로 구체화되면서 노사정 대립을 심화시켜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노동전문가들은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있다”며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가 마치 핵심 쟁점인 것처럼 잘못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협상이 처음 의도했던 바와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국민’ 앞세우더니 결국 총선용?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혁도 "과도한 부채 축소"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도입 △복리후생 축소 △2진 아웃제(저성과제 퇴출제) △기능조정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공개혁의 타깃은 예상대로 노동계다.

정치권에서는 4대 개혁을 앞세운 정부·여당의 편 가르기가 새누리당 지지도 향상을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색깔론과 노조 때리기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 추진한다던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이 총선용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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