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에 꼭 이기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자살을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30분께 현대차 엔진변속사업부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 성아무개(38)씨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성씨는 이에 앞서 지회 조합원들이 가입해 있는 밴드에 “잘살아라. 잘 있거라. 정규직 돼라. 현대(자동차)에 이겨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겼다.

이를 본 동료 조합원들이 성씨의 자취방을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었고, 동료들이 방충망을 뜯고 집안으로 들어가 성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새벽 4시20분께 병원측이 위세척을 시도했지만, 성씨가 “죽게 내버려 두지 왜 살렸느냐?”며 이를 거부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병원측의 응급치료로 성씨는 생명의 고비를 넘겼다. 현재 가족과 동료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살시도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성씨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당사자다. 지회의 정규직화 투쟁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현대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가압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회 관계자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온 조합원들이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 자본에 또다시 절망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차는 불법파견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이날 오후근무조 조합원들에게 파업지침을 내리고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노동자들을 겁박하던 정부가 현대차의 불법 앞에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라’며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더 이상의 불행이 이어지지 않도록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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