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까지 무려 3년10개월이 걸렸다. 18일 서울중앙지법이 판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0년 11월이었다. 같은해 7월 대법원이 최병승씨의 부당해고 소송을 불법파견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은 지연됐다. 사건이 서울고법까지 다시 갔다 온 뒤 대법원이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내린 2012년 2월까지도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1월 선고기일이 잡혔다가 2월로 연기됐다. 그러나 법원은 선고 직전 다시 4월로 연기했다가 변론재개를 선언했다. 법원은 지난달 20일(민사41부)과 21일(민사42부) 예정된 선고 역시 “소송취하에 대한 피고 동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뤘다.

이번 소송에서 최소한 최병승씨가 일했던 의장(조립)공정의 경우 불법파견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현대차 사측도, 비정규 노동자들도, 정부도 부인하지 못했다.

현대차가 최근 사내하청 노동자 400명을 특별고용한 결과 의장공정 출신자 비율이 가장 많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의장·차체·도장·엔진·변속기 등 직접생산공정뿐 아니라 생산관리까지 대부분 불법파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이 최병승씨 판결을 한 뒤 나타난 현대차와 정부·검찰·법원의 행보에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화를 검토하기보다는 공정분리와 신규채용에 매달렸다. 고용노동부와 청와대는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검찰은 현대차 경영진이 불법파견 등의 혐의로 3건이나 고소·고발을 당했는데도 기소하지 않았다.

원청과 정부·검찰의 책임회피가 3박자를 이루면서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경력 일부만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채용 응시와 이제야 1심이 끝난 소송 지속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박사는 “이번 1심 판결은 그간 현대차의 위법행위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현대차는 항소 여부와 무관하게 1심 판결을 이행하고, 정부도 가능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재확인' 사회적 압박에도

현대차 사내하청 특별고용 큰 영향 없을 듯



18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로 현대자동차가 받는 사회적 압박과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현대차의 특별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판결과 무관하게 노사합의에 따라 특별고용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내하청 400명을 특별고용한 현대차는 지난달 노사합의에 따라 1천600여명을 내년 말까지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직원 중 73%가 지원하는 등 노사합의에 대해 대다수 직원들이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소송을 계속하면서 현대차의 특별고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1심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1심에서 승소한 것을 바탕으로 소송을 계속할지, 원청의 특별고용에 응할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달 현대차 노사와 금속노조 아산사내하청지회·전주비정규직지회가 내년 말까지 4천명 특별고용과 경력 일부 인정에 합의한 것도 소송 장기화에 대비한 측면이 크다.

반면 지난달 노사합의에 불참했던 울산공장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이날 판결 승소를 강조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특별고용 불응을 호소할 방침이다.

기아차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 520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조만간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진행 중인 노사교섭에서는 사내하청 특별고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현대차와 달리 공장 내 원·하청 공정분리가 일찌감치 이뤄졌던 탓에 소송보다는 노사합의를 통한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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