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했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황인화(왼쪽)씨가 18일 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직후 법원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동료와 인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고, 색을 칠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모든 공정에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투입해 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안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차의 지시를 받으며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아 왔다는 뜻이다.

법원 "근로자파견관계 성립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994명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 사건 원고들은 모두 피고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인정된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선고는 두 가지 사건에 대해 이뤄졌다.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고용의제를 적용받는 931명, 2006년 12월 개정된 파견법에 따라 고용의무를 적용받는 63명에 대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대신해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는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 관해 아무런 내용이 없고, 담당 공정 역시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 점 △현대차가 사내협력업체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내협력업체관리’라는 업무표준을 마련해 시행한 점 △현대차가 ‘안전보건관리 제18장 협력업체 안전관리’, ‘협력업체 무상대여 물류장비 관리기준’ 등 구체적인 업무표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까지 수범자로 하는 근무시간·이동속도 등 기초질서에 관한 감독지침 등을 제정해 시행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충을 직접 상당해 해결하거나 모범사원을 선정해 표창장을 수여한 점 △현대차가 현대차노조와 해마다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까지 합의해 처우개선안을 마련한 점 △현대차가 사내협력업체에 물량을 배치하고 작업을 지시한 점을 들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체불임금 청구는 231억원 인정

재판부는 “이를 고려하면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현대차와 일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는 묵시적인 근로자파견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옛 파견법이 시행될 당시 협력업체에 입사한 원고들의 경우 2년이 경과한 다음날에 직접고용이 간주됨으로써 근로자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 개정 파견법이 시행될 당시 협력업체에 입사한 원고들은 2년이 경과한 다음날에 사용사업주에 대해 고용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을 가지므로 현대차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 1천175명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181명이 소 취하서를 제출함에 따라 소송을 유지한 원고들에 대해서만 분리선고를 했다.

재판부는 또 현대차에 신규채용돼 이미 직접고용 관계가 이뤄진 40명의 소송을 각하하고, 나머지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정규직노조의 단체협약을 적용해 체불임금을 달라는 노동자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전체 580억원 중 231억원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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