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이 노숙농성 36일째인 지난 5일 저녁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 티브로드 조합원들은 사측의 교섭불가 입장에 항의하며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정기훈 기자
지난 5일 오후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가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광화문 인근 태광그룹 본사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원청인 티브로드 홀딩스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건물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용역경비와 충돌한 것이다. 30여분 만에 큰 부상자 없이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티브로드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사태를 해결하려면 원청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씨앤앰·티브로드 비정규직 파업 장기화=6일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티브로드지부와 협력업체들의 임금·단체교섭은 지난달 23일 이후 중단된 상태다.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와 협력업체 간 교섭은 같은달 30일이 마지막이었다.

6월2일 두 지부가 공동파업을 시작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노조는 협력업체 노사 협상에 절대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티브로드와 씨앤앰의 방침 탓에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임금인상과 복리후생·사회공헌기금이다. 지난해 두 협력업체 노사가 기본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 것은 원·하청 상생을 명목으로 한 원청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티브로드가 협력업체 노동자 1인당 고정임금 45만원을, 씨앤앰은 3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티브로드는 각각 13억원과 3억원의 복리후생기금과 사회공헌기금을 전액 지원했다. 씨앤앰 역시 원·하청노조에 5억원의 복리후생기금과 3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았다. 원청 사용자성을 거론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원청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협상에 참여한 끝에 합의에 이른 것이다.



◇'비용 관련 절대 무개입' 원칙 세운 원청=그런데 올해 교섭에서는 두 기업 모두 협력업체 노사협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두 지부 관계자들은 “협력업체 사용자들의 협상에서 임금이나 기금조성, 제도개선 같은 의제에 대해 ‘우리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올해는 원청들이 협력업체의 노사협상, 특히 비용과 관련해서는 절대 무개입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원청이 교섭 무개입 원칙을 세우면서 협력업체 대표들도 딱히 제안할 방안이 없는 것이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사교섭에서는 노조가 “사회공헌기금과 복리후생기금 조성만 이뤄지면 임금인상은 회사안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협력업체 대표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씨앤앰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임금의 경우 노조가 수정안을 제출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고, 단협 조항도 상당 부분 합의를 했다”면서도 “기금조성에 대해서는 협상에서 다뤄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도, 노조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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