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세월호 유가족ㆍ장애인 단체 회원들과 교황 방한 관련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에 함께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는 이날로 2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정기훈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4~18일 4박5일간 한국을 찾는다. '거리의 교황'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그중에서 유독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이 있다. 광화문 인근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다.

6일 현재 24일째 단식농성을 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원·하청 공생협력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각각 36일과 28일째 노숙농성 중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와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한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그리고 2012년 8월부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장기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핍박받고 소외된 우리들은 울부짖을 때 응답하시는 하느님을 믿는다”며 “교황 성하, 우리의 궁핍한 처지를 돌보아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 자녀 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생존학생인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직접 만난다. 이날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과 유가족·생존학생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면담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이날 800킬로미터 세월호 도보순례를 마치고 미사에 참석한다. 노란 리본이 묶인 대형십자가를 지고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이에 따라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잡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방한 일정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1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시복미사다. 교황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천주교 신자 20만명을 비롯해 50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서울광장부터 광화문광장까지 길이 4.5킬로미터의 방호벽을 설치한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장이 경찰에 의해 철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은 “퇴거요청을 받아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황님, 낮은 데로 임하소서”=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를 비롯해 △남북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 △한국 사회 갈등과 양극화 극복 메시지를 밝힐 전망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원·하청 고용보장, 노조탄압에 대한 교황의 관심을 호소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벌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노동자를 길바닥으로 내몰고, 사람에 따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등급을 매겨 차별을 강요하고 있다”며 “교황이 한국 사회에 던질 메시지는 평화·평등·사랑인 만큼 이번 방문이 모든 사람과 노동자가 존중받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케이블 노동자들이 업체변경 과정에서 계약해지를 당해 거리로 내몰렸다”며 “교황의 이번 방문을 통해 원청의 일방적 결정으로 계약해지가 되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애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경석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대표는 교황의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교황이 방문해야 할 곳은 장애인 수용시설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살고 싶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이라며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송국현 동지는 장애등급제 때문에 활동보조를 받지 못해 화재로 숨졌다”고 호소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철도안전 확보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서신을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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