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1일부터 7월20일까지 씨앤앰 협력업체에 투입된 대체인력현황
케이블방송업체인 씨앤앰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해 15억7천여만원을 들여 8천여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약화는 물론 노조가 있는 협력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5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씨앤앰이 협력업체의 인력현황과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현황이 담긴 자료<사진>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씨앤앰과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던 5월3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의 인력현황이 담겨 있는데, 씨앤앰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인원 8천명에 이르는 인력을 투입했다. 이를 위해 사용한 비용은 15억6천900만원이었다.

씨앤앰은 협력업체별 인원과 노조 가입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예비인력이 업체별 조합원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파업 전부터 대체인력을 미리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인력에 동원된 이들은 씨앤앰이 영업확대를 위해 단기계약을 맺은 방문판매업체나 케이블공사업체 직원들이었다. 이들 업체가 기존 협력업체의 업무인 유선방송 설치·AS를 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하도록 한 뒤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씨앤앰의 이런 방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쟁의행위시 대체인력 투입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하청업체의 파업에 대해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씨앤앰 사례에서 더 큰 문제는 조합원들이 있는 협력업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씨앤앰은 지난해 말부터 방문판매업체를 대폭 늘려 설치·AS 기사를 고용하도록 했다. 지난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파업 때 투입한 원청 정규직으로는 감당이 안 되자, 올해 파업을 앞두고는 대체인력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기존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물량을 빼앗긴 셈이다. 심하면 계약해지나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무리 적법한 대체인력 투입이라고 하지만 공익성과 이미지로 먹고사는 케이블방송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은수미 의원은 “씨앤앰의 막가파식 노사분쟁과 협력업체 관리 이면에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먹튀 계획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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