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해고자와 파업 중인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7일 낮 흥국생명과 태광 티브로드 본사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공동으로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의 전면파업과 본사 앞 노숙농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 오전부터 정오까지, 지부가 농성 중인 광화문 인근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는 눈에 띄는 기자회견과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형철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과 임영국 화학섬유노조 사무처장이 연대발언을 했다.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와 흥국생명해복투의 연대집회도 열렸다.

티브로드 본사는 티브로드의 모기업인 태광그룹 건물에 있다. 태광그룹은 2004~2005년 흥국생명과 2001년 태광산업·대한화섬 구조조정, 그리고 노조탄압 논란으로 노동계에는 악명 높은 기업이다.

흥국생명은 2004년 12월 217명을 희망퇴직시킨 데 이어 이듬해 1월에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21명을 정리해고했다. 2005년 8월에는 회사기밀을 누출했다는 이유로 노조간부 4명을 징계·해고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흥국생명노조는 사실상 와해됐고 해고자들은 10년 가까이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태광산업·대한화섬은 2001년 전체 노조 조합원 2천47명 중 절반에 가까운 850명을 정리해고하거나 희망퇴직시켰다. 회사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 반대파업을 한 조합원들에게 26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91억원의 가압류를 제기했다.

결국 노조는 만신창이가 됐다. 2003년에는 노조 사무국장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죽음으로써 맞설 것”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두 기업의 구조조정은 흑자를 내는 속에서도 모두 '미래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단행됐다.

이날로 한 달째 협력업체들이 직장폐쇄를 진행 중이고, 티브로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씨앤앰에서도 협력업체들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이형철 부위원장은 “국내기업 중 사내유보금 2위인 태광 티브로드가 씨앤앰을 인수하면 이호진 회장 일가의 배만 불리게 된다”며 “태광그룹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자본”이라고 비판했다.

임영국 화학섬유노조 사무처장은 “10여년 만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이름을 들어니 치가 떨린다”며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노조탄압을 일삼은 태광그룹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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