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씨와 관련해 노사합의가 이뤄지면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노조활동을 보장받고 건당 수수료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선할지 관심을 모아진다.

◇삼성전자서비스, 사실상 교섭 참가=22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4일 고인에 대한 장례식이 민주노동자장으로 거행된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천안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영결식,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노제가 진행된다.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이다. 고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55일 만에 땅에 묻히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한국경총은 지난 20일 밤늦게 최종범씨 사망과 관련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회와 경총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생활임금 보장 △2014년 3월1일부터 업무차량 리스제공 및 유류비 지급 △임금·단체교섭에서 건당 수수료 개선 및 월급제 논의 △노조측에 민·형사 소송과 불이익 금지 △유족 보상에 합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합의서에 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총이 삼성전자서비스의 교섭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가 최씨 사망 직후부터 삼성전자서비스와의 직접교섭을 요구해 온 반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천안센터와 대화하라며 한발 뺐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경총을 통해 노조에 대화를 제안했고, 노조는 지회가 교섭에 나서는 것으로 절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16일부터 본격화한 협상 자리에는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합의내용도 삼성전자서비스와 무관하게 이행되기는 힘든 것들이다.

◇업무차량 지원은 성과=노조는 최종범씨가 숨진 뒤 삼성전자서비스에 △고인에 대한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 △표적감사와 노조탄압 중단 △건당 수수료제도 폐지와 월급제 도입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요구해 왔다.

고인에 대한 사과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들이 고인의 시신이 있는 천안의료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유족들에게 유감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차량을 리스해 AS 기사들에게 제공하고 개인차량 사용시 유류비를 지급하기로 한 합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재정지원 없이는 합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지회 조합원들은 “급여 중 수십만원이 차량 유지비로 나간다”며 지원을 요구해 왔다. 최종범씨 역시 살아생전에 “업무를 위해 중고차를 구입한 뒤 7개월간 수리비로만 500만원이 들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협력사 노조활동 보장=합의서 이행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노조활동 보장과 임금체계 개선 여부다. 지회와 경총은 표적감사를 통한 노조원 압박과 지역 쪼개기를 통한 노조원 일감 빼앗기 등 노조탄압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합의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국의 센터에 “협력사 직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노조탄압이 지속될 경우 원청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은 확보했다”고 말했다.

◇임단협 교섭 본격화하나=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원인이었던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개선은 향후 임금·단체교섭에서 논의된다. 임금체계 개선은 노조가 삼성전자서비스에 제출한 임단협 요구안에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면서 현재 노조 산하 지역지부 주도로 경총·센터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분회가 조직된 64개 센터 중 35개 센터가 교섭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내년 초까지 쟁의조정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대부분 센터가 건당 수수료를 중심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침 없이 임금체계 개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과의 직접교섭이 아닌 경총과의 교섭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며 “삼성전자서비스와의 직접교섭이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임단협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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