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그룹 노사전략 문건 공개와 삼성전자서비스 고 최종범씨의 자살로 삼성 노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출범한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준비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세 편의 기고글을 보내 왔다.<편집자>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해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3%다. 이 중에서 공무원과 교원 등을 뺀 민간부문 조직률을 뽑아낸 수치는 9.2%로 떨어진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이처럼 낮은 데는 비정규직 급증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까다로운 노조설립신고 절차 등의 이유가 주로 꼽히지만, 노조 자체를 불온시하는 노동통제형 노무관리 문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노조설립에 나서는 순간 ‘반기업 인사’ 또는 ‘불순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마당에, 과연 누가 노조설립에 나설 수 있겠는가. 대표적인 경우가 이미 잘 알려진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다.

삼성의 노무관리는 한국 사회에서 악명이 높다. 노조설립을 위한 일거수일투족이 노무담당자에게 취합된다. 본인은 물론 동료와 가족에게 회유와 협박·미행, 심지어 감금이 뒤따랐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설립신고서를 들고 고용노동부를 찾아가면, 바로 몇 시간 전에 어용노조 설립신고가 완료돼 있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자 이번에는 ‘사용자노조 알박기’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제도’를 악용한 노조말살 작전이 즉각 가동됐다. 정부와의 커넥션을 통한 강력한 노조억제 정책은 삼성의 자랑이며, 1993년 이건희의 ‘메기론’은 강력한 노동통제와 성과주의 확산의 진원지였다. 삼성은 그 자체로 노동탄압의 교과서이자, 한국 노동기본권 현주소의 상징이다.

그동안 삼성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데까지 발전하진 못했다. 이는 주체의 취약성과 계급적 지지·엄호의 소극성, 비상식적 탄압이 섞이며 나타난 결과다. 사업장 안팎의 전방위적 통제와 감시 속에 노조 결성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노조를 결성한다 해도 버티기가 어려웠다. 백혈병 산재로 목숨을 잃어도 커다란 사회쟁점이 되지 않고, 기자회견 장소를 잡으면 돌연 ‘대관 취소통보’가 오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것이 회유에 따른 것이든 혹은 협박에 따른 것이든, 노조 결성에 나섰던 핵심 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연 민주노조운동은 삼성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삼성은 재벌을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된 한국의 뒤틀린 경제구조 최상층에 있는 자본의 상징이자 거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저성장 국면에서 자본이 탈출구로 삼은 원·하청 불공정 거래와 저임금·불안정 노동 확산, 노동기본권 제한 정책의 작전사령부다. 그래서 삼성에 맞선 투쟁은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 투쟁이자,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이며, 총자본에 맞선 싸움의 대리전이다.

민주노총은 2014년 사업계획을 준비하면서 삼성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의 투쟁은 기본적으로 조직화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 삼성을 상대로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보험 △유선방송 △대기업 자립형 사립고 △유통을 비롯한 민간서비스업 △병원 등 각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이고 공세적인 조직화 사업이 펼쳐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삼성노동자 조직화의 내셔널센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조직적·인적·물적 태세를 갖춰야 한다.

투쟁의 방식에서도 기업·산업 차원의 노조 투쟁을 넘어서는 사회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사회운동 속에서 △삼성을 상대로 실천을 펼쳐 왔던 사회운동과의 결합 △주기적이고 꾸준한 정치·여론전 △남미·유럽·아시아 등 삼성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각국 노동운동 차원의 공동대응이 결합될 수 있다.

사회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은 단지 ‘노조 외의 동력 조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카드’와 같이 대체재가 풍부한 상품에 대한 실질적인 불매운동부터, 수백명의 조합원이 동시 입장해 플래카드와 선전물 등으로 해방구를 만드는 ‘에버랜드 접수의 날’과 같은 일상적이고 꾸준한, 조용해 보이지만 힘이 센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

사람들은 의문을 품는다. “그래도 삼성인데 그게 되겠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나 이런 삼성을 넘어서지 않고 민주노조운동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결코 아니다. 삼성을 향한 민주노조운동의 한 걸음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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