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연속 야근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김창보 부장판사)는 2009년 연속 철야근무 끝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뇌경색으로 사망한 직장인 ㄱ씨의 부인이 제기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중소 설계회사 임원이던 ㄱ씨는 2009년 6월9일 아침 차를 몰고 회사로 출근하다 경기도 화성 인근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ㄱ씨는 보름쯤 지나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그는 회사 프로젝트 10개 중 7개를 도맡아 처리하느라 평소 일주일에 3~4일은 야근을 했다. 사고 당일은 ㄱ씨가 중요한 프로젝트 설명회를 앞두고 엿새째 밤을 지새운 상태였다. ㄱ씨의 직접 사인은 교통사고 외상이 아니라 급성 뇌경색에 따른 뇌간압박과 연수마비로 판정됐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사망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업무상재해는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추정할 수 있으면 된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ㄱ씨가 사고 발생 두 달 전부터 회사 업무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일주일 전에는 6일 연속 야근을 했다"며 "이로 인해 운전 중 뇌경색이 발생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ㄱ씨가 본인 차량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어서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사고 자체가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출근 중 이용한 차량이 사업주가 제공한 것인지 등은 살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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