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길가에 텐트 두어 동, 한겨울 추위 앞에 처량했다. 그것도 호사라고 많은 이들 침낭에 비닐 싸매 번데기처럼 누웠다. 서울 남영동 어드메, 정처 없이 떠돌다 몸 뉘인 곳이 고작 담벼락 아래 찬 바닥이다. 천정이 따로 없어 하늘 높은 줄을 밤새 알았다. 입 돌아간다는 추위와 밤새 싸웠다. 작정하고 버텨 외치길 고작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7일 정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근혜표 복지'에 대해 따져 물었다. 노동조합 인정이 복지의 최우선이라는 것. 단체협약 해지통보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영남대의료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의료원이 속한 영남학원의 실질적 주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칼이 삐죽,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콧물이 애꿎게도 줄줄 흘렀다. 가린다고 가려 봐도 살을 에는 찬바람에 덧없이 떨었다. 한파는 부산이라고 예외 없었다. 정리해고엔 너나없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이해할 순 없었다. 가진 건 따로 없어 늙은 몸 부려 일해야 할 이유는 많았다. 오랜
제 힘으로 문을 잠그고 올랐지만, 열 수는 없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찬 '고매' 먹다 목이 메고, 잡는 것마다 손이 쩍쩍 들러붙던 강추위에 떨면서도 하루 한 시간 운동은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제 발로 걸어 내려가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다만 '문 여는 법'을 잊지 말라고 부탁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큰 망치 번쩍 들어 쐐기를 박았다. 단단한 나무 틈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 쐐기는 제 몫을 다한다. 땔감은 한겨울 농성물품 1호였다. 언 몸을 녹이고, 고구마·감자 따위를 구워 냈다. 35미터 높이 85호 지브크레인 농성장으로 고구마 두어 개 줄에 달아 올렸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스무날 넘게 고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북극 한파' 견디려 땔감 패는 도끼질이 분주하다. 몸에 익어 품새는 간결하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다 떨어내 앙상한 나무에 소원지만 주렁 걸려 어김없이 농성장. 공무원해고자 여럿이 터 잡아 오래 버틴 곳이다. 눈에 익어 이제는 익숙한 겨울풍경. 여기저기 오랜 살풍경. 부평 자동차공장 정문 위에, 재능교육 본사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사진에 아빠는 없다. 그림에도 그 많던 선전물에도 없다. "엄마, 꼭 안아 줄게." 유인물에 뜨겁던 애정 공세는 대놓고 엄마 몫이다. 유명 방송인은 당신 엄마도 청소노동자였음을 고백했고, 아들딸을 자청한 많은 청년이 농성장 찾아 엄마 옆에서 오래 살가웠다. 뽀글뽀글 파마머리, 굵은 주름 거친 손이 울 엄마를 꼭
ⓒ 매일노동뉴스 얼음이 단단해 총총걸음 줄줄이 사람들은 도강했다. 걸어서는 갈 수 없던 곳, 저기 솔숲은 영월 청령포. 단종의 유배지. 사철 푸른 소나무 어슷 누워 왕위찬탈의 한을 품은 곳. 노산군으로 강봉돼 갇혀 지낸 땅. 죽음을 강요받던 '육지고도(陸地孤島)'. 얼음은 용케 길을 이었다. 길따라 흘러 사람들은 오래 전 단종애사를 떠올린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작은 배는 지난밤 어둠 짙은 바다에서 파도와 바람과 또 추위와 싸웠다. 불 밝혀 헤맸지만, 그물은 내내 가벼웠다. 멸치 떼는 그 앞 바다를 찾지 않았다. 갈매기 덩달아 떠나 쓸쓸한 풍경. 이른 아침, 구름 두터워 해를 오래 가렸다. 그러나 덩실, 기어코 새날 해가 구름 너머 솟는다. 부르릉 털털, 작은 배는 이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배 짓던 노동자들은 이제 무대를 짓는다. 철골조에 올라 만장을 엮었다. 바람 품어 짱짱한 현수막도 '단디' 묶었다. 생존권 사수 바람을 거기 또박 담았다. 흔들릴까 행여 날아갈까, 붙들어 매는 그 솜씨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닌 모양. 호흡이 척척, 빈틈없었다. 한겨울, 정리해고 칼바람에 돛이 살았다. 부산 한진중공업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굴뚝 연기는 바람 따라 누웠다. 노조 깃발이 파르르 그 바람에 떨었다. 둥지 삼아 날아든 철새마냥 정문 위 철골조에 사람 둘이 삐죽, 칼바람에 떨었다. 2년 주기 철새 신세, 해고자 복직이며 정규직화 바람 깊어 보름 넘게 버텼다. 별일 없어 공장은 분주히 돌았다. '월드클래스 럭셔리'를 내세운 신차 광고가 곳곳에 많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안전모 벗어 두고 잠시 졸았다. 한파 속 집 짓느라 얼었던 몸이 '함바집' 밥 짓는 열기에 녹아 노곤했다. 주름져 늙었어도 품팔이 나설 데가 아직 있어 새벽같이 나선 길. 구름 짙어 해는 숨었고, 바람 드세 눈발이 휘날렸다. 겨울, 일감이 줄었고, 일당도 줄었다. 공기가 줄어 쉴 틈이 따라 줄었다. 다만, 사고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사내하청 그 이름 참 서럽다. 낯선 땅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이방인 우상수(30)씨는 설움에 울었다. 멱살잡이 내동댕이 주먹다짐 따위 텃세가 내내 심했다. "법대로 하라"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려 나선 길. 1인 시위는 막혔다. 기자회견은 떠밀렸다. 그 앞 인도를 걸어 지날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경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철망 너머 야만을 봅니다. 너나없이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정규직 아닌 당신은 비정규직, 사내하청, 아니 '업체사람'에 불과합니다. 누가 갈랐는지 '분단'의 골은 오래 깊어 생채기 곪아 터져 꽝! 포탄이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먼저 터졌습니다. 대응은 단호했습니다. 용역경비와 경찰력 앞세운 회사는 '몇 배의 응징'을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공사장 옆 천막살이. 무·배추며 양파 등속에 고무장갑 따위 가지런하니 김장철인가. 아니 찬바람 겨워 겨울이구나. 비닐 둘러 바람은 당장 막았데도 할머니 시린 무릎 어쩔 것이야. 쨍 하니 빛 들어 위안인데, 빌딩 숲 그림자 따라 짙어 그도 잠깐. 이 골목 저 길가에 대기업 슈퍼마켓 치고 들어 할머니 좌판 설 날도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된바람에 낙엽이 후두둑 날렸다. 누군가에겐 낭만, 대개는 일거리. 비 들어 쓸고 또 쓸어도 끝 없던 게 낙엽인데 코엑스 앞 빈터가 오죽 넓던가. 아저씨 손발이 내내 바빴다. 24조원, 또 누군가는 경제'적'효과가 450조원이라니 용역업체 파견직 아저씨 살림 이제 좀 피려나. 때늦은 국화 피어 무성하니 이 겨울
그 죽음은 헛되었다. 비정규직은 늘었고 양극화 골이 점점 깊었다. 5년을 넘도록 싸워서야 일할 권리를 되찾았고, 교섭을 위해 제 몸에 불을 놓아야 했다. 최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에 신음했다.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노동기본권을 지키겠다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며 모인 4만여 노동자 함성이 시청광장에 출렁였다. 안갯속이라도 어둠 짙어도 촛불 들고 어깨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1 종례는 길었다. 전달사항이 유독 많았다. 장학사가 찾는다고 했다. 우린 열외 없이 남았다. 대청소였다. 쓸고 닦는 건 기본, 왁스칠이 더해졌다. 까맣던 걸레에 왁스 듬뿍 발라 나무바닥 복도를 수없이 왕복했다. 엉덩이 치켜들고 저 끝까지 전력질주 두어 번이면 복도는 반짝반짝, 얼굴이 다 비칠 정도였다. 어쩌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어느 골목길 풍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어드메 천막촌. 색동 띠 주렁주렁 바람 많아 더 스산한 그곳. 낯선 풍경 아니, '날 선' 풍경. 비정규직 파견철폐 바람 깊어 첨예한 골목. 금천구 가산동 어드메, 텅 빈 공터 앞 이제는 사라진 일터 옆에 하나 둘 천막 솟아 사람이 굶었다. 28일 노랗던 해거름이 잠시, 파랗던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칼 차고 앉았으니 죄가 많았나. 열심히 일한 죄뿐이라고 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고 했다. 프랑스 발레오는 지난해 천안공장을 청산했다. 흑자를 보던 건실한 기업이었다. 짧아도 십수 년, 청춘을 바쳐 일한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해고됐다. 거리에 나앉은 지 1년이다.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